순국선열을 생각하며
 (인천보훈지청장 현동준)
 11월17일은 제63회 순국선열의 날,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97년전 이날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에 뼈아픈 상처를 남긴 을사조약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한국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는 이날의 상처와 국권회복을 위한 순국선열의 잇따른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여 기려왔는데, 1997년 11월부터 정부에서 법정기념일로 정하여 범정부적인 기념행사를 거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침탈이 본격화된 1895년부터 1945년까지 국권회복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이 30여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하니 비장한 마음이 드는 한편 얼마나 용기있고 자존심 강한 민족의 후예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어 내느라 한해 내내 시끌벅적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지냈다.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얼마 남지 않은 이달이 선열들의 크나큰 나라사랑과 희생정신을 기억하면서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달이 되길 바란다. 동방의 작고 힘없는 나라였지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주독립하고야 말겠다는 투쟁의지만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크고 뜨거웠던 선열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영광스런 대한민국이 있었음을 되짚어봐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지만 국가적인 중대한 결정을 눈앞에 두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용기를 시험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다.
 국민 하나하나의 신중한 판단이 이 나라의 장래를 결정할 것이기에 새삼 선열들이 나라를 위해 지녔던 굳센 자존심과 용기를 이어받은 자랑스런 민족의 후예임에 기대고 싶어진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선언이 난무하는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심과 이의 올바른 표현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올 여름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축제는 끝이 났고 이라크 및 북한의 핵개발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가 긴장의 국면에 직면해 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 앞에 다가오는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각각의 생각과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더라도 선열들의 수많은 희생 속에서 지켜낸 나라의 국민임을 기억한다면 좀더 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예순세번째를 맞이하는 순국선열의 날을 그냥 지나쳐선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 순국선열의 나라를 위한 뜨거운 열망과 희생정신을 기억하며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정리해 보자.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이 시점이 바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임을 인정한다면 어려웠던 시기를 상기하며 역사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