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산다운 산이 없어서인지 강다운 강도 없다. 큰 산이어야 골이 깊고 물이 흐를 터인데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겨우 철마산 줄기를 통해 몇 줄기 가느다란 실개천이 흐를 뿐이다. 그러나 이것들만이라도 합치면 총길이가 40㎞가 된다는데 그나마 잘못 간수하여 생활하수로 전락하느라 복개하여 눈가림한 구간이 길다.
 이중 남동구의 장수천은 오염이 덜되어 복원시키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되살릴 수 있겠다고 여겨지는 하천이다. 상류에 주거지가 적고 도심에서 벗어나 그런대로 환경이 양호한 탓인데 수년전 되살린다며 소리만 요란했을뿐 방치하다 싶이 하느라 잡초만 무성하여 어지럽다.
 장수천은 인천대공원 골짜기의 만의골 성주산 자락에서 발원한다. 이내 대공원의 호수를 형성하고 남류하여 속칭 만수3지구에서 만수천을 만나고 서해안고속도로의 서창인터체인지를 지나 소래포구에서 서해로 유입 짧은 일생을 마감한다. 예전에는 만수천과의 합수지점까지 바다였으나 바다가 후퇴하여 유로가 연장 5.4㎞가 된다.
 만의골은 예전 주민 만호가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옛 무관 직급의 만호가 있어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좁은 골에 1만호가 살았다 함은 아무래도 무리라 여겨진다. 다만 최근 발간된 ‘인천광역시사’에 따르면 ‘느직한 골짜기’라는 뜻에서 불리던 ‘느직골’이 한자화할 때 ‘늦을 만(晩)’자로 받았으며 이때 ‘마땅할 의(宜)’는 별뜻없이 편의상 들어간 글자로 풀이된다고 적고 있다.
 아무튼 오늘도 장수천은 흐른다. 수량이 적은 게 흠이기는 하나 지난 여름 많이 내린 비 탓인지 제법 물소리도 들린다. 전임 인천시장은 대공원 호수에 팔당원수를 끌어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는 수량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과연 누가 계속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다.
 마침 장수천을 포함 4개 하천을 자연환경을 살린 휴식공간으로 단장하리라 한다. 사실 장수천은 하천이라 할 것도 없지만 자연의 생명력을 부어주면 하천이 적은 인천의 소중한 물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