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권 찾기 8년만의 승소 판정
 인천시민들이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천시민들은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하역작업장 그리고 7개 공단과 공장지대에서 발생하는 분진, 매연, 악취로 여름철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 고잔동 주민들이 환경피해를 준 유리섬유 제조공장을 상대로 한 8년여의 긴 법정싸움 끝에 승소하는 쾌거를 일궈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법원이 공해로 인한 주민들의 환경피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내린 선례라는 데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변모씨 등 고잔동 주민 64명이 마을 인근 유리섬유공장인 (주)한국인슈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측이 유리섬유를 공장마당에 야적하거나 불법매립했고, 유리섬유는 공장에서 25∼350m가량 떨어져 사는 주민들에게 날아가거나 지하수맥을 통해 이동돼 피해를 준 점이 인정된다며 지난달 30일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동국대 의대에서 1995년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33개 지하수에서 유리섬유가 발견되었고 회사측이 야적한 유리섬유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고들이 괴종양 등에 시달림을 받았으므로 모두 1억7천7백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물의를 빚어온 인천 고잔동 유리섬유 환경피해는 한국인슈로가 1974년부터 건축용 유리섬유를 제작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회사측은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500여t을 공장마당에 매립한 후 94년 인근 마을 주민에게 집단으로 괴종양이 번지는 등 환경재앙을 불러왔다. 95년 국립환경연구원과 동국대 의대는 역학조사 결과 마을의 지하수에서 유리섬유가 검출됐다며 더 이상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공장측은 유리섬유 찌꺼기 100여t을 매립한 사실은 있지만 유리섬유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며 불복해왔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이제 서울고법 판결로 고잔동 주민들은 8년여만에 5백만원씩의 피해위자료를 받게 되었다. 당시 152명이었던 주민 대다수가 숨졌거나 뿔뿔이 흩어졌지만 남은 이들에게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는 크다 하겠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어느 사업장이든 앞으로 환경공해로 인한 질병발생이 환경피해를 준 공장측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