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慶龍 칼럼>
 아리아가 담긴 人生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오늘밤 열린다. 새얼문화재단에서 꾸민 성찬을 놓고 예년 같으면 공연을 접한 뒤 나름의 감회를 옮기는 것이 순서인데 느낌이 앞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굳이 토를 붙이자면 음식 맛은 먹어봐야 안다지만 이미 솜씨와 맛깔을 익히 아는 ‘단골집 식단’은 오직 상차림이 기다려지는 심정과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아리아의 밤’ 무대가 정례화한 지 어언 19년째를 맞이한다니 이는 인천뿐 아니라 어느 고장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기획이요, 꾸준한 투자임에 틀림없다.
내년이면 스무해(弱冠)를 맞는 어른스러운 아리아의 음악적 정서함양으로서 메마른 우리 삶 주변에 얼마나 윤택한 정서를 이어주었을까는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내가 유년시절 가형(家兄)이 손수 들려준 ‘지선상의 아리아’가 바흐 관현악 모음곡을 바이올린의 낮은 현(G선)만으로 연주하도록 편곡한 사실을 안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오로지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도 멜로디가 아름답다는 인상이 아리아를 접한 첫인상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아리아’라는 어휘는 낯설지 않은데도 정작 딱히 설명하려면 말이 길어지므로 전문적 식견을 떠나 이미 정착된 정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편안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다만 뒷날을 위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아리아란 양악(洋樂) 대작의 가운데 토막에 비길 만하다. 오페라나 오라토리오 등 규모가 크고 극적인 작품 속의 서정적 독창곡의 영창(詠唱)을 일컬으니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詠(읊을 영)자가 풍기는 뉘앙스. 무릇 아리아가 오페라와 같은 대작 가운데 이야기 상황을 노래로 설명하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것이라면 우리 삶의 저변을 흐르는 ‘한(恨)의 소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보기 하여 우리 고전이 국악 창(唱)으로서만이 아니라 ‘명성황후’ 등 오페라 무대에서 내외의 절찬을 받고 있음을 볼진댄 아리아 영역이 양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를 감안할 때 ‘가곡 아리아의 밤’과 쌍벽을 이룬 ‘국악의 밤’이 자아낸 영탄(詠嘆)의 한마당은 모두 아리아로서의 공통분모를 지녔기에 감동이 아우른다.
동서를 막론하고 아름다움을 깨우치기에 쏟는 마음씀씀이 곧 예술이 추구하는 원점일진댄 새얼문화재단은 남다른 문화적 식견을 지녀왔기에 그처럼 생명이 창창하다 할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새얼’에 더욱 기대하는 것은 ‘아리아’뿐 아니라 그 원전(原典)이라 할 오페라 공연 유치는 물론 한발 나아가 새로운 창작 후원의 구심체가 되어달라는 당부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체전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에서는 이미 탐라(耽羅)의 서정을 담은 오페라 ‘白鹿潭’이 선보이고 있는 계제에서 이게 어찌 남의 일인가 싶어지는 심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장에는 비류와 미추홀 왕국설화에서 비롯해 도도한 개화의 물결을 타고 오늘에 이르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애환(哀歡)의 자취가 담긴 소재가 풍부하니 말이다.
방금 인천이 영화촬영 배경지로 뜨고 있거니와 보다 차원 높은 오페라 소재로 각광받도록 거듭 동기부여와 지원이 기대되는 바 이것이 곧 문화의 주체성 회복의 첩경이다.
여차한 분위기 조성의 뜻에서 인천시민에게 아리아가 담긴 마음의 여유를 헤아리게 하는 품위있는 음악감상의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특히 인천시립교향악단과 인천시립합창단이 일심동체가 되어 엮어낼 높은 수준의 화음을 대할 마음 흐뭇하다. 나아가서 한국음악의 위상을 한단계 높여준 저명한 출연자 면면이 부를 주옥같은 아리아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가벼운 흥분마저 솟는다.
어수선한 세밑을 순화하고 심신을 달래줄 이 밤을 위해 나도 갈 채비를 서둘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