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쯤 전에 인천의 한 인사와 중국 청도와 북경 등지를 여행하고 돌아 온 적이 있다.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서면서, 청도나 북경과 인천의 모습을 비교하는 소감이 어떠시냐고 물었다. 꼭 빈민굴 들어오는 것 같다는 대답에, 함께 참담한 기분이 되었던 기억이다. 옹진과 강화를 제외할 때, 인천 시민 중 많은 사람들이 인천은 쉬거나 놀러 갈 곳이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판에 관광 인천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쩌면 무모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사실 그렇긴 하다. 온통 화력발전소의 굴뚝, 저유탱크, 가스탱크, 대형 중화학 공장, 게다가 통째로 철조망으로 둘러친 해변, 전국 도시 중 꼴찌에 해당하는 녹지 비율, 이런 것이 이 도시의 모습인 것이 사실이라면 이 도시가 관광 도시로 부적합하다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다. 그래서 인천시가 내어 놓는 인천의 관광 청사진도, 언제나 옹진의 도서들이나 강화에 애꿎은 북성동 차이나타운을 꿰어 넣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그러한 계획들 속에서 기존의 인천은 역할이 없다. 역할이 없으니 그러한 계획들로 기존의 인천은 무엇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인천은 관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는 뾰족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이 “그렇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관광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도시라면, 그것은 환경에서건 경제에서건 어차피 끝장난 도시일테니 하는 말이다. 세계 경제가 성장할수록 무한으로 팽창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산업이 관광 산업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고뇌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 많은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40여개국의 각지를 돌아보면서 관광산업의 핵심을 “꺼리”와 “시스템”의 문제로 이해하게 되었다. 볼 꺼리, 놀 꺼리, 먹을 꺼리, 배울 꺼리, 살 꺼리, 등 무엇이 됐든 간에 그곳에서만 해결되는 독특한 꺼리가 있으면 관광은 된다. 그리고 그러한 꺼리는 꼭 깊은 역사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절경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브뤼셀의 “오줌누는 아이”가 별거고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이 별 것이든가. 영국의 “랜즈엔드”와 “인버네스”의 호수에는 무엇이 있던가. “꺼리”는 인간이 만들고 꾸며내기에 따라 그 매력을 달리 한다. 런던의 “마담터소드”와 “홈즈의 집” 처럼. 폐화력발전소가 독일에서는 환경 관광의 명소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그 다음에는 오는 이들을 편히 맞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된다. 돌아 다니기 좋고 돈 쓰기 좋게 온갖 꾀를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꾀라면, 많은 나라에서 기왕에 내어 놓은 아이디어가 하나 둘이 아니지 않은가. 벤치마킹만 제대로 해도 넘치는 사례들이 있지만 그렇게 찾다 보면 나만의 것이 만들어질 것은 기대가 어렵지 않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인천에도 인천에 맞는 꺼리를 만들자. 예를 들어 써야 할 땅이 지천이라니 그중 하나쯤에 큼직하게 디즈니랜드나 에버랜드 따위를 유치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다시 그것을 핵으로 해서 각 섬을 연결하는 어드벤처 크루즈를 만들면 어떻겠는가. 각 섬을 굴 섬, 김 섬, 서바이벌 게임 섬 따위 테마 섬으로 만들어 연결하자. 그래서 굴 섬에서라면 굴 따기, 굴 요리, 굴 박물관 하여튼 굴에 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적인 장소를 만들자. 거기에 역사의 섬 강화를 엮어 넣는다면 근사하지 않을까. 인천이 이것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가.
송도 신도시 제방 위에 세계 최대의 풍물 거리를 예쁘게 디자인해도 좋고, 아무튼 분명한 인천만의 꺼리를 만들자. 일년에 채 한 달을 물에 들어 갈 수 없는 바다에 남들 흉내내어 마린 리조트 따위 만들 생각 말고, 인천에만 할 수 있는 그런 꺼리를 만들어 보자.
특구도 좋고 다 좋다. 인천이 정말 오래도록 살기 좋은 도시로 바뀔 수만 있다면 언제나 당연히 지지 찬성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그리 만만치 않다. 세계 각국이 움직이는 모습을 유심히 볼 일이다. 어느 나라라도 미래를 꿈꾸는 나라는 관광에 목숨을 건다. 일년에 중국 인구의 1% 만 이곳을 찾게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유네스코 인천광역시협회회장 하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