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용인시 구성읍 보정리의 한 야산. 잘려나간 산허리에 D빌리지가 들어서 있고, 바로 옆에는 S건설이 시공중인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바로 최근 검찰로부터 아파트 건설비리 혐의로 철퇴를 맞은 현장이기도 하다. 마을 뒷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십년 수령의 수목들이 해발 50여m의 산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또 다시 아파트가 신축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수목들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마을입구부터 안쪽까지 열병하듯 내걸린 ‘불법·편법건축허가 취소하라, 용인시는 각성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의 의미가 난개발의 병폐를 실감케 했다. 편도 1차로에 불과한 도로 위를 대형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갔고, 50여가구의 마을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민불편은 아랑곳않은 시 행정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통이 이곳 주민들에게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신봉동에 1천6백여세대규모로 신축중인 신LG2차아파트 인근 양지마을 주민들도 사정은 똑같다. 마을 앞에서 바로 3년여전에 착공한 LG5차아파트 준공으로 조용해지던가 싶더니 신LG2차아파트 공사가 시작됐다. 이 마을의 주택과 아파트 건설현장과의 거리는 불과 4∼5m. 마을주민 안모씨(52)는 “환청과 심한 우울증세까지 나타난다”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아파트에 자리를 내주면서 쪼그라든 마을은 고통속에 지내는 주민들의 마음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사정은 죽전동 일원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서만 이곳에 모두 9개 단지 2천9여세대 아파트가 사업승인을 받아 공사중이다.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공사장을 오가는 차량과 소음, 먼지 등으로 하루 하루를 고통속에서 보내고 있다. 하루에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수십번도 더 든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과 수원으로 통하는 죽전사거리는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터다. 최철현씨(36·회사원)는 “출퇴근 시간 때면 죽전 고가도로를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다”며 “계속되는 지각으로 이제는 이사를 해야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곳의 고통은 조용하던 동부지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까지 동부지역에만 15개 단지 5천93세대 아파트가 들어선다. 올 들어 잇따라 아파트공사에 착공한 삼가동일원의 경우 주택가 등 주변환경은 이미 회색빛이 됐다. 42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2개 단지 1천1백여세대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한 공사 때문이다. 여기에다 도로 양쪽에서 마구잡이로 진입하는 공사차량들로 출퇴근 시간 때면 북새통으로 변한다. 김종수씨(35·회사원)는 “5분이면 지나던 정신병원 고갯길이 요즘에는 30여분 이상 걸린다”며 “꽉꽉 막히는 길이 시 행정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송영규·구대서·홍성수기자> kds@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