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은 언제나 시끌시끌하다. 교육현장이 황폐되어 있느니 어떠니 해도 학도들이 모여 수업하는 학교는 그들로 하여금 활기차다. 휴식시간이면 드넓은 교정에 학생들이 가득히 뛰고 정원수가 잘 가꾸어진 그늘에는 책을 폈거나 담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야간에도 특별수업을 하는지 환하게 불을 밝힌 교실도 있다. 이렇듯 정면이거나 겉으로 보아서는 흠잡을 것이 없다.
 그러나 잠시 뒤편 후미진 곳으로 가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럴 수가 있을까 할 만큼 교사가 퇴색되어 있다. 곳곳에 벽이 떨어져 나가고 얼룩져 있으며 수돗간은 고장인 채 질척거리고 화장실은 어둡고 악취가 풍긴다. 교실 안 사정도 나을 것이 없다. 비오는 날이면 물새는 2층 교실은 옛날 어느 청백리 집이 그랬다던가. 물통을 여럿 받쳐놓고 수업을 해야 한다. 교장실조차 유리창 난간이 떨어져 나가고 바닥도 여기저기 패여 있다.
 이것은 인천시내 어느 고등학교의 노후한 교사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당 학교의 경우만은 아니다. 지난 70년대에 건축한 학교들은 거개가 비슷하다고 한다. 불과 30여년전의 건축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참으로 한심스럽다. 건축 부조리가 한창이던 시절의 흔적을 보는 듯하다.
 오늘날 학생들의 가정 주거환경은 난방과 화장실 등 놀랄 만큼 훌륭하다. 그런 만큼 양호한 환경에서 수업을 해야 할 학생들의 학교시설이 불량하다면 이건 분명 선후가 잘못된 것이다. 또한 이같은 곳에서 자녀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 중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가정이나 직장이 이 정도였다면 하루도 견디지 못했을 터이다. 말 않는 학동들이라고 그대로 방치해온 것이다.
 인천지역의 고등학교 시설 개선사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리라 한다. 교육청이 내년도에 총 1백54억원을 투입 낡은 데를 보수하고 편의시설을 신·증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후교사는 부분 수리가 아니라 아예 아파트의 재건축처럼 철거하고 신축해야 마땅하다. 예산이 수반되는 대역사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