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쪽이에게 박수를..... -
  최명심(동화읽는 어른들 모임 회원)
 우리 아이들은 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을 읽고 잠이 드는 좋은 버릇이 있다. 그럴때마다 '엄마 옛날 얘기 해주세요'하며 집에 있는 옛이야기 그림책 중에서 ‘반쪽이’를 꺼내오곤 한다. 반쪽이는 말 그대로 온전하지 못한 반쪽만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형들은 반쪽이를 사람들이 놀릴까봐 함께 다니는것도 싫어한다.
 어느날 형들이 과거를 보러 가는데, 반쪽이도 따라 나선다. 가다가 여러번 형들의 못된 짓에 뒤쳐지지만 형들을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형들을 뒤쫓아 간다. 그러다 호랑이를 모두 잡아 가죽을 벗겨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부잣집 영감을 만난다. 영감은 호랑이 가죽이 탐이나서 반쪽이에게 내기장기를 두자고 한다. 영감이 이기면 호랑이 가죽을 다 갖고, 반쪽이가 이기면 영감의 딸과 혼인시켜주겠다며 내기 장기를 둔다. 물론 반쪽이가 장기를 내리 세판 이기게 되지만, 영감은 반쪽이에게 자기 딸을 시집보내기가 싫어서 안된다며 가버린다. 그래도 반쪽이는 지혜와 재치로 영감집에 가서 영감딸을 데리고 나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결론이 뻔한 이야기임에도 아이들은 들을때마다 좋아하고 새로운것처럼 듣곤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눈도 귀도 팔도 다리도 하나씩밖에 없는 반쪽이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애아다. 겉모습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지만, 언제나 꿋꿋하고 재치있게 잘 이겨나간다. 아이들은 오히려 반쪽이 때문에 더 그림책을 좋아하고, 반쪽이 때문에 더 재미있어하는것 같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쪽이를 이상하게 생각한다거나, 무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좋아하고, 응원해주며 반쪽이가 어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용기를 주고 함께 기뻐해준다.
 특히 깊은 산중에 밧줄로 꽁꽁 묶인채 버려진 반쪽이가 끄응 하고 힘을 한번 주니까 밧줄이 끊어지고 호랑이들이 나타나는 장면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대단하다. “반쪽이가 호랑이 꼬리를 잡아 빙빙 돌려 휘익 던지고...” 하는 장면에가서는 아이들도 함께 빙빙 돌리는 흉내를 내며 까르르 깔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럴때면 잠자리에서 읽는 책이 오히려 잠을 깨우게 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기죽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세상 어는 누구라도 반쪽이보다는 다 잘
생기고 제대로 된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것은 옛이야기의 한결같은 주제이다. 옛이야기 속에는 온갖 것이 들어 있다. 겨레의 삶과 생각, 슬기와 용기, 웃음과 눈물이 말 마디마디 마다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우리 겨레의 혼을 심어 주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어릴적부터 장애와 비장애를 구별하지 않고,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부모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오늘밤에도 재미난 우리의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