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형편이 어려워지자 상우는 시골 외할머니 집에 머물게 된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굽이굽이 찾아가는 외갓집에는 말못하는 외할머니가 기다리신다. 하루아침에 환경이 달라진 상우는 까닭없는 심술과 트집으로 외할머니에게 괴로움을 끼친다. 김치를 찢어 밥숟갈에 얹어주고 치킨을 사달라는데 닭백숙을 내놓는 할머니가 상우는 밉다. 할머니를 밀어붙이고 고무신을 감추는 등 할머니를 놀려 먹는다.
 그러나 상우는 차츰 할머니를 이해한다. 할머니가 병이 나시자 제 스스로도 기특한 듯 밥상을 차려 할머니 앞에 내놓는다. 이상은 도시의 아이가 산간벽지의 외할머니를 만나 처음엔 간격을 느끼다가 조금씩 달라져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집으로’이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의외로 관객의 심금을 울려준 화제작이 되었다. 현대 도시인들에게 잠시 잊혀졌던 외할머니의 추억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외가는 어머니의 친정이요 그곳에는 어머니의 어머니인 외할머니가 계신다. 어린 조카를 귀여워해 주는 외숙과 이모들이 있다. 그리고 외사촌들도 많다. 이모는 아무리 떼를 쓰거나 어리광을 부려도 모두 받아주신다. 예의를 불구하고 거리낌없을 때 ‘외갓집 들어가듯’한다는 속담은 그래서 생겼으며 까닭은 딸둔 어머니의 죄스러워하는 정서가 외갓집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도시의 외할머니들이 어린 외손주를 맡아 키운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있어 아기를 맡기기에는 시부모보다도 친정부모가 더 편하다. 맞벌이의 경우가 아니라도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기가 둘만 있어도 버거워한다. 이럴 때 쉽게 아기들은 외할머니에게 맡겨진다. 여교사의 자녀들은 외할머니가 키우게 마련이라던 어느 교장의 이야기도 있었다.
 ‘외할머니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외할머니의 존재가 유아사망률을 줄일 만큼 중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는 외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나 보도가 아니라도 외할머니가 무한한 애정의 상징이라 함을 우리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