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경제특구법의 본회의 통과가 14일로 연기됐다. 그 이유는 노동, 환경단체 등의 법반대 움직임도 있었지만 인천, 부산 등의 특정지역개발법이 되어야 할 경제특구법이 전국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될 우려 때문이었다. 애초 입법목적이 인천 국제공항과 송도신도시 및 부산신항 등을 국제물류, 금융중심도시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경위 법안심의과정에서 일부 대구·경북지역의원들이 일반법형식을 이유로 특구지정요건에서 국제공항·항만 등의 요건을 삭제하라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심지어 경제특구개념을 지역개념이 아니라 사업단위, 공장단위까지 확장하고 일정 면적이하의 경우에는 아예 시·도지사에게 지정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을 집요하게 했다.
4일동안 밤 12시를 넘기는 법안소위 토론과정에서 나는 일관되게 경제특구법은 인천공항주변과 부산신항 주변으로 한정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결국 시·도지사 위임지정권 주장은 폐기됐다. 그러나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본 의원과 임종석, 정동영 의원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8:3의 표결로 경제특구법이 경제자유구역법으로 용어가 바뀌고 토지개발이 완료되었거나 소규모 구역인 경우에 대통령령에 의하여 개발계획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해주는 조항 등이 삽입되었다.
이는 정부의 입법목적과 달리 각 지역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가 경제특구지정을 추진하여 전국을 누더기로 만들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경제특구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이 때문이다. 경제특구는 70년대처럼 노동자들의 노동3권 제약과 임금착취로 외국인 제조업자본을 유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제공항, 항만을 기반으로 한 물류기지, 5T산업과 정보, 기술핵심산업, 첨단금융서비스 등으로 국가경제구조를 재편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국가생존전략 차원에서 태동한 것이다
경제특구법에 있어서 노동계의 반대로 논란이 되고있는 조항은 크게 첫째, 생리·유급휴일의 무급화 및 월차휴가 적용 배제문제, 둘째, 국가유공자·장애인·고령자에 대한 의무고용비율의 적용을 받지 않는 문제, 셋째,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거나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이다.
먼저 노동법 조항은 경제특구내 신규투자되는 외국인 업체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근로자 파견법 역시 파견업체, 사용업체 모두 외국기업에 한정한 것이다. 아파트경비·청소·용역 등 단순노무직의 경우 사용업체가 사실상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법적책임은 모두 파견업체에 넘기고 임금 착취문제는 파견근로자법 자체를 개정하여 방지하여야 한다. 이 법에는 본의원이 강력히 주장하여 전문업에 한정하여 파견업 확대를 인정하기로 했다. 즉 외국인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금융전문가 등의 탄력적 고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 송도에는 미국 게일사로부터 127억달러를 유치했다. 그러나 동북아물류중심국가로 우리나라를 만드는데 가장 장애요인이 무엇인가?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100여개중 대부분이 싱가포르, 홍콩, 상해에 있고 한국은 단 1개밖에 없다. 제프리존스 미 상공회의소 회장이 새얼 아침의 대화에서 말을 한 바 있다. 외국인들이 싱가폴로 발령이 나면 축하를 받지만 한국으로 발령을 받으면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 오면 애들을 교육시킬 학교, 주변시설이 부족하고 언어장벽이 크다는 이유이다. 특히 인천은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정부는 특구지역에서 외국인학교, 병원설립, 영어공용사용, 달러사용 등을 허용한 것이다.
싱가폴 창이공항, 일본 간사이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 상해 포동공항 등이 우리 인천공항과 동북아 허브중심공항위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누가 이 지위를 선점할 것인가? 속도경쟁이다. 중국이 2008년 북경올림픽을 치룰 때까지 우리 인천이 머뭇거린다면 상해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지게 될 것이다.
본 의원은 경제특구의 문제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진적인 외국기술과 자본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드는 것은 지역의 집중적인 경쟁력을 높여 선점 효과를 노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삼성경제연구소는 특구가 남발되었을 때 오히려 집중적인 투자를 실기하여 타 국가와의 경쟁력에서 도태되어 오히려 의도했던 것과는 반대로 생존력을 잃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노동계도 인천공항주변특별법으로 한정하여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목표를 경제특구법에 적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전 국토를 누더기로 만들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예외조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지역에 한정시켜야 한다. 14일 본회의에서 국제공항, 항만요건을 추가하고 소규모지역특례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현실화되기까지는 4-5년 이상이 소요된다. 정치논리와 지역이기주의 논리로 법이 왜곡되거나 통과되지 않는다면 트라이포트의 꿈은 중국의 선점에 무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