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중구 중앙동, 해안동, 북성동 일대는 영화 촬영의 메카다.
 중구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의 주변 지역들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영화 ‘파이란’이나 ‘패밀리’, ‘엽기적인 그녀’가 촬영됐고 ‘야인시대’, ‘삼총사’등의 드라마가 지금도 거의 날마다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코 앞의 인천항을 포함, 지금까지 중구청 주변지역에서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는 줄잡아 수백편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할리우드가 별건가.
 가히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상설 촬영 현장’에 다름 아니다.
 다만 아쉬운건 할리우드엔 관광객이 줄을 서고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한방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정동진에도 관광객이 넘쳐 나는데 중구청 주변지역엔 관광객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린 오늘 중구청 주변지역을 영화 특구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중구청은 16년전만해도 인천시청 자리였다. 그런데 시청이 옮겨가면서 쇠락하기 시작했고 주변 일대도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옛 풍경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땅 값도 떨어졌고 때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중구청 주변엔 붉은 벽돌의 창고들이 수도 없이 많다. 여기서 야인시대의 협객들이 주로 한판씩 붙는다. 100년 세월을 이겨온 석조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하다. 차이나타운이 바로 붙어 있다. 일제시대의 적산가옥이 아직도 즐비하다. 60-70년대의 간판과 거리 풍경이 그 대로 남아있다. 세계 첨단의 국제 공항과 바다를 면한 국제 항구까지.
 여기서 관점을 약간만 달리해보자.
 황무지에도 수십억, 수백억원을 들여 촬영용 세트장을 세우는 판에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생기 넘치는 세트가 건재하다는건 그 자체가 문화요, 유산이요, 엄청난 자산가치를 지닌 돈인 셈이다.
 서울 황학동의 벼룩시장에 가면 60-70년대 흔히 쓰던 물건들, 당시의 교과서나 사이다병, 심지어 고무신까지 이미 골동품이 되어 고가에 팔리고 있다.
 항차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집과 건물에 있어서랴.
 한해 수십편씩의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는 현장임에도 관광객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케팅 부재. 기가 막힌 물적 토대와 자원이라는 구슬을 꿰지 못한 채 막연히 바라보고 그저 흘려보내는 탓이다.
 우선 시급한 과제는 시·구 등 지방 정부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영화촬영 지원위원회를 설립하는 일이다. 예산이 필요하면 세워야 하고 담당 공무원이 필요하면 배치해야 한다. 그 리더는 성공적인 기업 경영의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인물이 나서면 더욱 좋다.
 위원회는 충무로나 방송가의 영화 촬영을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 주 임무고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섭외 유치해야 한다. 거리와 골목골목이 영화 촬영에 적합하도록 간판이며 창문틀, 건물 외벽의 도색까지도 신경써야 한다. 나아가 삐죽삐죽 솟기 시작한 4-5층 짜리 건물 신축을 막아야 한다. 눈 앞의 개발보다 지역적 보전이 훨씬 더 큰 부가가치를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거리와 골목엔 영화속 스틸사진이나 드라마 비디오가 상설로 전시, 상영된다. 찍은 영화나 찍고 있는 영화, 혹은 찍힐 영화가 신속히 홍보된다. 엑스트라 동원 시스템도 갖춘다. 장비와 소품도 대여한다. 전국 유일의 상설 영화 촬영 현장이라는 홍보도 게을리 해선 안된다. ‘그 곳에 가면 언제나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실제 장면을 볼 수 있다’라는 카피와 함께.
 촬영 뒷얘기나 배우·탤런트의 촬영중 에피소드는 이 지역에 들어서는 관광객들이 얻어가는 양념같은 관광상품이 된다. 식당과 카페마다 집주인이 배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즐비한 곳.
 영화특구로 조성된 이후의 부가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땅 값 분명히 뛴다.
 그게 진짜 관광특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