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정한 경제특구법에 대한 국회심의가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새롭게 ‘소규모 경제특구 지정특례’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규모 특구’ 문제를 제기중인 의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특구 구상은 특정지역만을 위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정치인들마다 입으로는 국가경제발전을 운운하면서 정작 지역이기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국의 경제특구화나, 일부 의원들의 소규모 특구지정 주장에도 물론 일리는 있다. 전국이라 해 봤자 면적이 인접한 중국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고 이미 곳곳에 수많은 외국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특정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특구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상이자 바람일 뿐이다. 현실은 그다지 녹녹한 편이 아니다. 우리에겐 특구에 대한 경험이 없을 뿐더러 동원할 수 있는 자원조차 제한적이다. 경쟁국들은 우리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이미 뜀박질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따라가려면 무엇보다 집중화가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경제특구법이 당초 취지보다 후퇴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가장 중시되는 생존요건의 하나는 기업환경 개선이다. 우리도 이를 위해 그간 많은 공을 들여왔지만 아직 외국기업들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최근 주한미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됐지만 국내에서 기업환경이 가장 좋다는 서울조차 동북남아시아 주요 도시와 비교해 최하위권이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우리의 이런 실정을 감안한다면 경제특구법 제정은 더 이상 늦춰져선 안된다. 그리고 이제는 출발이 늦은 만큼 최소한 5∼10년 이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정부, 정치권, 민간 구분없이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