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의 여인>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본능조차 잊은 채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홀로 자식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보니 아무도 그녀를 여인으로 보는 사람도 없었고 그녀 또한 일찌감치 여성임을 포기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는 동안에 처음으로 한 젊은이가 그녀를 존경하여 마음을 숨기고 관찰하며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그녀보다 한참이나 어리고 미혼인 그가 자식이 셋이나 딸린 과부에게 관심을 가지리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둘은 지하실 봉제공장에서 함께 일을 하며 가깝게 지냈으나 서로의 입장과 처지가 다른 터라 이성의 감정보다는 동료로서가 전부였었다. 메마르고 각박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그는 역시 두렵고 불길하며 혼란스러웠다. 세월이 갈수록 그의 구애의 깊이는 더해만가고 이 다가올 운명에 성숙한 용기가 필요했던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 필자를 찾았다.
 “69년 11월15일 오전 10시래요.”
 불러주는데로 사주를 적고보니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는 우리네 인생사가 불현듯 두려웠다.
 “이 사주는 동갑이나 어린 여자보다는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사주인데요?”
 요즘은 결혼풍속이 연상의 여자가 유행이다. 그래도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은 걸로 봐서 아직은 젊고 아리따운 여자를 우선하게 된다. 남자 사주에 인수(印綬:어머니에 해당되는 용어)가 도화(桃花)에 임하면 어머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둘의 궁합을 맞춰보았더니 좋았다.
 “청혼을 받아들이세요. 어차피 처궁(妻宮)이 부실한 사주에요.”
 그녀는 이제껏 자신의 삶이 고달프고 고독한 팔자라 믿고 체념하며 살아왔다. 그런 까닭에 자식을 끌어들인다, 고통을 함께 한다가 도저히 용납이 안됐다. 차라리 그것에 거역치 않고 운명에 대해서 굳고 엄격하게 몹시 이를 갈며 살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망설이지 마세요. 그의 선택도 운명인 걸 어떡하나요.” 세파에 찌든 모습과는 달리 눈동자는 맑고 깊이가 있어 보였다. 아마 그도 저 눈동자에 일찍이 잃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으리라. 재차 결혼을 종용하자 그녀는 깊은 한숨을 메마른 목에서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다음은 ‘고개숙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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