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북한이 남쪽으로 위성 탑재를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해 서울 등에 경계경보가 발령이 났다. 다행히 발사체 일부가 해상에 떨어져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실제 상황이었을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만큼 경보 대피 체제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먼저 사전 예고한 발사인데도 새벽 시간에 뒷북 울리기 식으로 시민을 놀라게 한 서울시와 관계 당국의 한심한 대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북한이 발사체를 남쪽으로 발사하면서 서울시는 경계경보를 잘못 냈고, 인천에서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이 실제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북한의 군사도발이 갈수록 가시화되면서 언제든지 실제 전시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우리의 대피 체제가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인천지역 민방위 주민대피 시설은 총 819곳으로 지하철역과 지하주차장, 대형건물 지하층 등이 해당한다.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가장 가까운 민방위 주민대피 시설로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데 문제는 대다수 시민이 대피소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의 '안전 디딤돌' 앱과 국민 안전 재난 포털에서 대피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긴급 위급한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대피소를 확인하고 대피할 사람은 드물다.

대피소 관리도 엉망으로 드러나 보완이 필요하다. 이날 인천 백령도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 백령도 주민 500여명이 급히 대피소로 피신했지만, 상당수 대피소에서 문을 열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대피소가 두꺼운 철문으로 출입하는 구조여서 먼저 대피한 노약자와 어린이가 문을 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대피소는 아예 문이 잠겨 있었다고 한다.

시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문자와 경보만 달랑 보내놓고 알아서 대피하라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선행되고 시민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대피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대피소 시설을 개선하고 시민들이 평시에도 대피소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번 대피 소동은 입으로만 안보를 외치는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