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등 미래 희망 포기도
'경제력' 삶의 질 가장 큰 영향
#1. 수원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A(25)씨는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대학 생활 중 절반 가까이를 비대면 문화 속에서 보낸 그에게 대인관계는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언행 하나하나 '이게 맞을까?' 싶은 불안감에 시달리다보니 면접도 번번이 망치기 일쑤다. 그는 “주변에서 취업 소식이 들리다보면 나만 도태되는 것 같단 생각에 더 불안해지는데,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사람 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악순환을 호소했다.
#2. 직장인 B(31)씨는 꿈에 그리던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여 만에 수년전 앓던 우울증이 재발했다. 그의 회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부당한 지시가 많고 업무가 과중했지만 마음 터놓고 얘기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를 은근히 경쟁자로 보는 동료들에게 정신질환은 '약점'만 될 거란 판단이다. 퇴근을 하고 텅 빈 자취방에 들어오면 공허한 마음과 함께 '이대로 내일 아침에도 눈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울한 마음은 오늘도 방치되는 중이다.
인생의 황금기로 불리던 청년 세대가 병들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장기화 하는 경제 침체 등 불안한 사회가 우울함과 불안함을 양산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겪으며 대인관계의 어려움까지 더해지자 청년들은 은둔, 고립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에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괜찮음'을 강요하는 대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 인구 천 명당 우울증 환자는 2017년 11.7명에서 2021년 16.5명까지 늘었다.
나이대별로는 2017년 전체 우울증 환자 중 60대가 전체의 18.7%(12만9330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2021년에는 20대 환자가 전체의 19.0%(17만7166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불안장애 환자는 20대 86.8%(연평균 16.9%), 10대 78.5%(연평균 15.6%), 10대 미만 57.8%(연평균 12.1%) 순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년들을 심리적으로 힘들게 하는 다양한 원인 중 하나는 '경제력'이다. 지난해 도와 경기복지재단이 실시한 '청년가구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8%가 평소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재산·경제력'을 꼽기도 했다.
반면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 주택구입(47.0%), 결혼(18.3%), 출산(12.8%),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9.6%), 연애(8.3%) 등을 포기하거나 불가능하게 여기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AI기술 등이 발전하며 비대면을 통해 대인 관계를 조성하는 분위기나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 기성세대 중심의 문화 강요 등이 청년들을 더욱 고립되게 만든다고 분석한다.
최윤정 한국정서교육개발원장은 “현재 청년들은 '내 삶이 안정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다양한 환경에 처해있지만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만큼 '괜찮아질 것'을 강요하는 대신 청년 세대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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