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대중국 무역수지 지난해부터 빨간불
美의 중국 규제로 교역 위기 가중

中, 최대 탄소배출국 오명 벗기 위해
탈탄소 위한 선진국과 협력도 활발

향후 기후변화 대응 양국 협력 확대
지방정부 간 정보 공유·사업 발굴
변모 중인 중국 활용하는 지혜 필요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올해 1~2월 집계된 누계 적자 규모는 5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고는 하나, 사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한 시기는 작년 2분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4월 대중국 무역수지는 6억 달러에 그쳤으며 급기야 5월에는 약 1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 후 9월 한 달만 제외하고 현재까지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참 기승을 부렸던 2020년과 2021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는 각각 236억 달러, 243억 달러에 달했는데 도대체 2022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중국 교역구조 위기는 사실상 이제부터

2022년 상반기 동안의 대중국 교역구조를 살펴보면 중간재는 78.1%로 여느 해보다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소비재와 자본재를 포함하는 최종재의 수출 비중은 13.2%로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중국인들의 소비재 수요심리는 크게 위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초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구조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5.8%로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다시 말해, 2022년에 발생한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악화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대세계 수출수요와 중국 국내 소비수요의 동반 위축과 일부 핵심 품목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입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월별 변화추이(2022.1~2023.2)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월별 변화추이(2022.1~2023.2)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그러나 정작 우려되는 상황은 지금부터다. 중국이 올해 들어와 굳게 걸어놨던 코로나 빗장을 열어놨지만,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양한 협의체를 가동시켜 사실상 중국을 배제한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비투자 규제로 인해 한국기업의 중국 현지 비즈니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의 주력 품목 수출이 발목 잡히는 상황에서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품목에 대한 수입선이 다변화되지 못하면 앞으로 대중국 무역적자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친환경·저탄소 분야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의 협력 활발

그렇다면 대중국 무역적자의 심화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핵심 소재·부품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면서 중국 내수시장에 보다 밀착된 수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해법은 진부하지만, 현재도 가장 유효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방식부터 다변화시켜야 한다. 친환경·저탄소 분야 대중국 협력 강화도 이에 해당한다.

“친환경·저탄소발전”은 이미 중국의 경제와 사회를 이끄는 기조가 되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2030 탄소피크, 2060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 산업, 수송 및 도농 개발 등 전 부문에 걸쳐 탄소 저감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중국의 시장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최근 중국 국내시장에서 탈탄소를 위한 외국과의 협력이다.

독일과는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협력(The Sino-German Cooperation on Climate Change)을 통해 중국의 탄소중립 이행에 관한 지역협력을 비롯해 산업의 탈탄소화, 탄소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2월에 개최되었던 중국과 일본 간의 제16회 '에너지 절약 및 환경포럼'에서는 양국 공공 및 민간기업들이 참석해 17개의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 MOU가 체결되었다. 협력프로젝트에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와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절약·환경 협력을 비롯해, 중국 선전시와 중일경제협회간의 신에너지 및 에너지 절약·환경보호 분야 경제무역 교류협력 촉진, 양국 에너지 절약센터의 기술 및 인력육성 협력, 칭화대-히타치대 데이터 기반 그린모빌리티 기술 공동연구 협력 등이 포함되었다.

중국이 독일 및 일본 등과 맺은 기후변화 대응 협력은 그 분야는 물론 협력 주체 역시 민관산학을 망라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요즘 시대에 말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기술협력'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중 전략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주저하는 사이 독일이나 일본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 국가들은 자신의 국익과 실리를 위해, 중국으로의 투자·협력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진기술이 접목될 수밖에 없는 수소에너지, 에너지 절약 등 탈탄소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한중 정부가 공동출자하여 운영중인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가 중국과기협력과 공동으로 지난해 7월5일 중국 다롄에서 '한중 탄소중립 과학기술협력 세미나 및 기술 로드쇼'를 개최했다. /사진출처=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홈페이지
▲ 한중 정부가 공동출자하여 운영중인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가 중국과기협력과 공동으로 지난해 7월5일 중국 다롄에서 '한중 탄소중립 과학기술협력 세미나 및 기술 로드쇼'를 개최했다. /사진출처=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홈페이지

 

“친환경·저탄소”를 지향하는 중국 시장을 다각도로 활용해야

중국의 시장환경은 최근 수년 동안 크게 변했고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 부문에 걸친 스마트 친환경의 경제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에 조응한 우리의 명민한 전략이 필요하다. G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의 눈앞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탈탄소라는 녹록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는 향후 기후변화 대응 관련 한중 협력 분야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농촌개발에서의 친환경·탈탄소 기술 적용, 스마트기술과 접목한 탄소 저감 기술협력, 에너지 절약 및 환경산업 진출, 녹색금융협력 등 '탄소중립'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협력의 범위와 방식을 다변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양국 협력에 있어서 좀 더 빠르고 유연한 접근이 가능한 지방정부 간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과 정보를 공유하고 시범 협력 사업을 발굴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간 중간재 중심의 판매처로 중국 시장을 활용해 왔다면 이제는 “친환경·저탄소”를 통한 “탄소중립”을 지향하며 변모 중인 중국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이현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이현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이현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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