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

중국, 백지시위 이어 '백발시위'
한국도 청년실업·노령화 문제 겪어
사회문제 해결책 함께 모색 필요
상호불신·혐오 정서는 넘어야 할 산

보건 인프라 부족한 중국 시장에
의료 산업 발달 한국, 경쟁력 충분
노인 대상 헬스케어 일종 블루오션
해외진출 기회 확보 성장 동력 삼아야

중국이 3년간 닫았던 문을 다시 열었다. 경기 침체를 비롯한 여러 구조적인 요인들이 존재했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오랜 봉쇄에 반발한 시민들의 백지시위였다. 특히 시위를 주도한 청년들의 저항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의 백지시위가 사그라지자 이번에는 노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소위 백발시위다. 코로나 봉쇄로 재정이 악화된 지방정부가 177위안(우리 돈으로 약 3만3380원)의 의료보조금을 삭감하자 노인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백지시위와 백발시위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 실업과 급격한 고령화라는 중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높은 청년 실업률(2022년 기준,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6.4%, 중국의 도시청년 실업률은 17.5%)과 젠더 갈등, 비혼, 저출산, 급격한 인구 고령화 등은 한중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숙제다. 한국 청년들이 힘겨운 현실을 '탕진잼', 'OO플렉스'로 버틴다면 중국 청년들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아버리는 '탕핑'이 있다. 이 같은 한중 모두가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한중 양국 사이에 높아진 상호불신과 혐오의 정서를 넘어야 한다.

 

▶ 인식 개선을 위한 청년 교류

한중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이끄는 집단은 양국 청년들이다. 많은 여론조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20-30대가 중국에 가장 큰 반감을 드러내는 세대라는 것이 알려졌다. 과거 한류 확산의 주역이었으나 이제는 '혐한'을 외치는 중국 청년들의 모습도 익숙하다. 그 기저에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양국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가 자리한다. 더욱이 한국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당국의 논리만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중국 청년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상대가 중국공산당이 1993년부터 실시한 애국주의교육만을 받고 자라난 37세 이하의 중국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 <반중 정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외교에 대한 함의> 2022.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주요국제문제분석 (2021권 48호), 17쪽./자료출처=표나리

그런데 이런 중국 청년들이 코로나 팬데믹의 암울한 상황 속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필요한 일들을 찾아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부분이 놀랍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 중국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였다. 무너진 의료체계와 무분별한 봉쇄 속에서 못질 된 자택에 갇히거나, 임산부가 길에서 출산하고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나라는 크고, 세세한 일들을 처리할 인력은 부족했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는 위기상황 대응 훈련을 받은 사회단체도 드물었다. 이때 사회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결된 청년들이 나섰다. 2020년 5월 기준 881만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했다. 등록하지 않은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우리 기준에서는 이해가 어렵지만 중국에서 '적법하게' 자원봉사를 하려면 반드시 지역의 당위원회나 주민 위원회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식품과 일상용품을 공동구매해 각 지역에 배분하고, 의료 정보를 안내하고, 심리지원 활동을 조직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제약과 비용은 적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인터넷이 통로로 사용되었다. 중국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해 왔다. 중국인들은 생존에 성공했지만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박탈당했다. 일부 지역은 하루 2회 PCR 검사를 받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고, 우루무치시에서는 아파트 봉쇄 속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당국은 주민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중국인들은 분개했다. 국가의 통제와 지시를 따랐음에도 국민들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었다.

청년들이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방역 지침(2022.11.11. 국무원이 발표한 <정밀방역 통지>에 근거한 적법한 일 처리와 언론의 자유를 요구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백지와 인터내셔널가, 프리드먼 방정식에 담아 전달했으며, 평화롭고 질서정연했다. 국가의 애국주의 선동에 무조건적으로 열광하던 소위 '샤오펀홍(小粉紅·중국판 국뽕)'과는 사뭇 다른 중국 청년들의 이면이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코로나19 엔데믹은 한층 가까워졌다. 우리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런 중국 청년들이라면 한국 청년들과의 진지한 교류와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볼 수 있지 않을까?

 

▶ 새로운 기회와 관계 발전의 동력이 될 고령화 사회

그러나 재개될 만남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중 기술경쟁 속에서 지나친 중국 의존은 한국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디커플링(decoupling)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활용해온 중국의 제조업 생산기지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의 인건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이 주목하는 전략산업 가운데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공략하는 것이 유의미한 협력 방안이 될 것이다.

예컨대 백발시위의 주인공인 고령 인구는 급증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은 현재 중국 정부가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이다.

실버타운을 비롯한 양로 산업, 제약·임플란트와 같은 노인 대상 헬스케어 산업, 로봇과 무인화 장비 분야를 주목해볼 수 있다. 이들은 수요는 증가하는데 관련 산업의 발전은 미진한 일종의 블루오션이다.

▲ 지난 2월15일 중국 우한 중산공원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월15일 중국 우한 중산공원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인구 고령화 문제를 중국보다 앞서 겪으며 일부 대응 방안을 수립했고, 보건·의료 산업도 발달했다. 더욱이 한국은 유교적 가치관 등 유사한 정서를 토대로 고령화와 양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서구 선진국들보다 중국 시장에 대한 경쟁력이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드러난 중국의 보건 인프라 부족 문제와 고령화 사회 대응 방안을 결합해 제시한다면, 중국 측에 관심 있는 사업 제안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인천과 같은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련 분야 협력을 통해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보하고 나아가 관계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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