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의 지구촌./인천일보DB

아마존닷컴은 1995년 7월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의 대중화 초기에 사업을 시작해서 온라인 사업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힘들었던 시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점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로 확대 발전시켰다. 아마존 서점은 독자의 도서구매 행위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서 관심 있을 책을 추천하는 마케팅을 성공시켰다. 2007년부터는 전자책 보급을 활성화해 종이책 판매를 능가하기도 했다.

▶미국의 아마존보다도 먼저 서점의 대형화와 할인 공세를 통해서 기존 서점의 기반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의 FNAC이라는 문화상품 유통 업체였다. 1954년 앙드레 에셀과 막스 테렛이 설립한 문화와 전자상품 판매체인은 1980년대부터 파리 시내 중심가에 대형 매장을 개설하고 전국 주요 도시에도 매장을 확장해 나갔다. 유수한 출판사와 크고 작은 서점이 시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문화도시의 품격으로 자부하던 프랑스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시 조선일보사의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필자는 프랑스 언론에서 쏟아내는 서적유통의 정상화와 전통 서점 보존에 관한 기사에 감명을 받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르몽드에서는 책을 팔고 사는 것은 식품이나 공산품과는 달리 지식 제품이므로 사람과 사람 간에 대화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같은 범국민적 여론에 따라 규제담당 부서와 예산집행기관에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화국가의 진면목을 실감할 수 있었다.

▶FNAC의 독주를 서적 할인폭의 규제와 소형 서점의 임대료 보존 등으로 대처하면서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당국은 중소형 서점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 과거에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이면 헌책으로라도 모두 찾을 수 있다는 지베르 서점이나 1920년대 문학청년이던 헤밍웨이에게 “돈 내지 않고 책을 맘껏 빌려가도 좋다”고 했던 여주인 실비아의 셰익스피어 고서점도 파리의 명물 서점으로 존속하고 있다. 지금도 프랑스 도시 곳곳에 있는 서점들이 FNAC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은 책의 유통 과정을 특별히 그리고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인들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1886년 창립하여 한때는 전국 각지에 67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던 반스엔노블 서점이 아마존에 밀려 고전하다가 반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2019년에 대표로 취임한 제임스 돈트는 서점 내부를 아늑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새로 단장하면서 출판사에서 광고비를 받고 서점 중앙부에 책을 진열해주는 대신 서점 직원들이 선정한 책을 전면에 비치하면서 독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서만도 각지에 30여개 서점을 새로 개점한 돈트 대표는 “서점은 온라인에서 얻지 못할 분위기와 책을 팔고 읽는 사람과의 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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