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있는 금풍양조장은 1931년 처음 오픈한 이래 양환탁 – 양재형 – 양태석으로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말 기준 하루 150명 이상 사람들이 이곳을 보기 위해 강화를 찾는다는데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의 가치
금풍양조장은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건축 당시의 원형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고 개항기 이후 강화도 지역의 산업화(양조산업) 과정과 변화·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2022년 10월 04일 인천광역시 등록문화재에 등재되었습니다.
“건물 복원 작업이 쉽지 않아요. 오래된 나무들을 찾거나 외부 공사 시 어려움이 있습니다.”
1924년부터 존재해 온 목조건물을 온전히 복원하기란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안전상의 문제로 더는 공사를 미룰 수는 없지만 양조장이 문화재로 등재돼 있다 보니 진행되는 복원 공사의 모든 것들을 문화재과에 까다롭게 검토받아야 해 어려움이 생긴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양태석(48) 대표는 양조장의 옛 모습을 되찾아주고 싶어 문화재과 관계분들과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풍양조장이 전등사로부터 다시 돌려받은 ‘이것’?
금풍양조장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온수리의 또 다른 명소, 전등사에서도 금풍양조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등사에는 종류별로 다양한 장이 담긴 장독대가 줄지어 있는데요. 이 중 커다란 항아리들은 원래 금풍양조장에서 술을 담그던 항아리입니다.
금풍양조장은 양태석 대표가 가업을 이어 나가기 전 10년 정도 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돼 다른 사업자에게 양조장 임대를 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술 항아리를 사용해 술을 빚던 양 대표의 아버지와 다르게 새로운 사업자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고, 그동안 사용했던 술 항아리는 2층에 고스란히 쌓여있게 되었다는데요. 오랜 시간을 간직한 술 항아리에 먼지가 쌓이는 것이 안타까웠던 전등사 측은 술 항아리에 장을 담가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금풍양조장은 전등사에 술 항아리를 기증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술 항아리
2020년 양태석 대표가 금풍양조장에 돌아와 가업을 이어 나가게 되자 전등사에서는 빌려 갔던 술 항아리의 일부를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그간 전등사에서 항아리를 품어주셨기 때문에 온전히 양조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거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전등사 측에서 항아리를 보존해 주지 않았다면 오랜 시간 방치되어 폐기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막걸리에 탄산이 없다고요?
금풍막걸리는 국산 농산물인 강화도 쌀을 가지고 만들어진 지역특산주라 온라인으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막걸리는 깔끔하게 소비자에게 배송되기 쉽지 않은 품목이죠.
“막걸리를 사서 집에 갔을 때 막걸리 양이 줄었던 적 없으신가요?”
탄산이 있는 막걸리는 안에 있는 탄산이 기압차로 술을 밀어내는 효과가 있어 약간 샌 것처럼 느껴지곤 하죠. 양 대표는 탄산이 있는 막걸리는 유통 과정에서 깔끔하고 세련되게 보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처음 밀봉됐던 상태와 제일 유사하게 유통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탄산을 배제하고 고소한 맛을 최대한 살린 무탄산 막걸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막걸리를 사면 쌀 포대를 준다?
막걸리의 주원료는 쌀입니다. 한 달에 2000병 가까이 막걸리를 생산하다 보면 그만큼 많은 쌀을 소비하게 되고 그 쌀을 담았던 포대는 버려지게 돼죠. 이를 활용할 순 없을까 고민하던 양 대표는 그대로 버려지면 쓰레기로 전락할 쌀포대를 깨끗하게 씻고 재디자인해 막걸리 파우치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이색 포장지 ‘쌀포대’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고 사가시는 손님들도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마커스 : 막걸리를 만드는 사람들(막걸리 만들기 체험)
금풍양조장에서는 나만의 막걸리를 만들어 볼 수 있는데요. 밑술과 덧술의 과정을 거치는 막걸리는 한 병을 마시기 위해 약 2주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막걸리 체험을 진행하신 소믈리에님도 막걸리는 사 먹는 걸 추천!
밑술
고두밥 + 누룩 15분간 치대기
덧술
- 밑술 작업을 마친 막걸리 10일간 매일 하루 두 번 저어주기
- 3일차 새로운 고두밥을 쪄내어 밑술 막걸리와 섞기
- 10일차 걸쭉해진 막걸리를 면보자기에 걸러 맑은 막걸리만 병입
막걸리 만들기 체험이 끝날 무렵, 양조장 앞에서 찍었던 사진은 막걸리 라벨에 깜짝 선물처럼 들어가 있습니다. 양 대표는 체험을 신청한 손님에 한해 양조장에서 보냈던 시간을 소중히 기억할 수 있도록 기념품으로 만들어 선물한다고 하는데요. 100년의 시간을 보낸 건축물 앞에서 찍은 흑백사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뉴트로'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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