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한 인천 동구 창영어린이공원.

배다리로 이사 온 지 7년 차. 낡은 이층 단독주택을 수선해 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손볼 데가 생겨 걱정이지만 고치고 살면 또 그만이다. 지난해처럼 물난리를 겪을 땐 좀 당황스러웠다. 집에 문제가 생길 때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의논할 곳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지자체에서 그 역할을 하는 마을주택관리소라는 것을 운영하지만 그 수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동네 이곳저곳 수리와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엔 동네 어린이 놀이터가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새로 만든 미끄럼틀도 근사하고 집라인(zipline)도 멋지다. 한 번은 밤에 몰래 아내와 함께 타봤는데 어른에게도 신나는 일이다. 집라인의 인기 때문인지 동네에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게 놀이터가 붐빈다. 아이들이 그동안 갈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들어보니 다른 동네 아이들도 놀이터 원정을 온단다.

놀랍지 않은가. 시설을 잘 갖춰놓으니 아이들이 모인다. 이래저래 불편한 시설들을 제대로 수리하고 새로 조성하면 원도심도 살만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말하면 주택에 살고 싶어 원도심을 찾는 이들도 기본 인프라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주차장 같은 것들.

원도심 주택에 살며 가장 불편한 것은 주차 문제다. 주차할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도시재생 사업을 할 때 무엇보다 마을 공영주차장 확보가 먼저일 필요가 있다. 걷기 좋은 길 만든다고 길은 말끔해졌는데, 정작 주차공간이 없어 차들이 그 길을 떡하니 차지하는 상황이다.

배다리에 놀러 온 관광객들도 차 댈 곳이 없어 빙빙 돌긴 마찬가지다. 3년 공사를 시작한 숭인지하차도 연결 공사 때문에 더 난리다. 지하도 위에 공원을 조성하고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하는 사업.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에도 주차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차면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도심 재생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 일인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민이 살기 편한 곳이어야 도시는 재생될 수 있다.

/봉봉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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