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토이니 라우하마키(Toini Rauhamaki) 교장의 설명과 함께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지역 프리슈셋(Fryshuset)은 버려진 공장을 재창조해 ‘학교 밖 청소년’을 품었다. 이곳에선 개개인에 맞춘 활동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수많은 청소년이 성장하고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 이 사례는 ‘명문’과 ‘성적’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교 패러다임의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확인해준다.

지난 3일 오전 10시(현지시각)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이하 교행위)는 주요 선진국 방문 연수의 일환으로 스톡홀름 사립대안학교인 프리슈셋을 찾아 다양한 교육 방식, 학생복지 등을 직접 파악했다. <인천일보 4월 2일자 : 경기도의회, 노르웨이 도서관 등에서 '교육 혁신' 답을 찾다>

프리슈셋 건물은 1984년 학교로 재건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용되지 않는 냉장창고였다. 과거 각지 사람들이 여기를 찾아와 모임을 만들고 농구 등을 즐기며 놀았다. 주로 가정 형편 및 신체·정신적 어려움, 집단생활 부적응 등을 이유로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었다. 청소년 중 일부는 마약과 범죄 등 위험에 노출됐다.

이에 ‘이들을 위한 보호와 교육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공론화가 형성됐고, 스웨덴 비영리 청소년 단체인 프리슈셋이 기업의 지원 등을 받아 학교가 설립됐다.

프리슈셋은 최근 세계로부터 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스웨덴 정부가 공립학교 운영 표본으로 삼았다. 정형화된 학교를 벗어나서 가능했다. 약 1500명 프리슈셋 학생들은 국어·영어·수학 등 6개 정규 교과과정 외에 운동·패션·음악·댄스·연극·요리 등의 50여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특성마다의 공간, 지하에 대형 스케이트장도 있었다.

▲ 스웨덴 스톡홀름 프리슈셋 학교는 운동·패션·음악·댄스·연극·요리 등 50여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농구를 즐기는 학생들 모습.

3000여명 인원수용이 가능한 건물 내 농구 코트는 아티스트의 콘서트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국가가 정한 초등학교 9년(의무제), 고등학교 2년(선택제) 교육에 더해 학생들의 욕구 해소·취미 생활을 보장한 것이다. 소위 ‘즐겁게 다니는 학교’이다. 학교 설립의 결정적 배경이 위기 청소년과 연관된 만큼, 음주·흡연 등 문제에 대한 교육과 상담·조사·연구·멘토 등의 기능도 갖췄다.

복지 서비스 연계와 직업 훈련 등도 전문적으로 이뤄지는데, 교사 등의 조직이 이런 분야에 특별한 인식을 보유한 이들로 구성됐다고 알려진다. 스톡홀름을 비롯해 코펜하겐, 말뫼 등 7개 지역 프리슈셋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500명 넘고, 자원봉사자도 1000명 이상이다.

수요자 중심으로 선택 보장한 부분도 장점이다. 학교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수요와 의견을 반영해 보완하거나 신설하고 있었다. ‘카페테리아’ 방식으로 운영되는 급식실 한쪽에 음식 메뉴 등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상자를 배치한 이유도 청소년들과의 소통이 목적이다.

▲ 스톡홀름 사립대안학교인 프리슈셋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휴식하는 모습.

토이니 라우하마키(Toini Rauhamaki) 교장은 “모든 젊은이가 열정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학교의 비전”이라며 “소외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성공할 수 있게 유도하는 건 물론, 다양한 방식의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각자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무상교육’ 원칙에 따라 프리슈셋은 학생 1명당 연간 12만 크로나(한화 약 152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는다. 학생이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부담한다. 기업과 시민들로부터 기부도았다. 또 공간을 외부에 임대하면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프리슈셋은 평일과 주말 모두 주민과 단체 등이 공간을 이용하게끔 개방해왔다. 청소년과 주민이 가까이 지내고 교류하며 이해하는 문화, 편견 없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취지다.

▲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의원들이 프리슈셋 학교 교장, 교감과 직접 질의응답을 하며 학교 현황 등을 알아보고 있다.

도의회 교행위 의원들은 이날 학교 시설을 견학하면서, 관계자·학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특히 카페테리아 급식실을 직접 이용한 뒤 도내 상황과 비교했다. 김미리 교행위원장, 안광률·한원찬 부위원장, 심홍순·이은주·김옥순·김일중 의원 등은 학교 측 질의응답에서 구체적인 운영체계·개선과제와 향후 목표 등을 물었다.

▲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윤태길, 김일중, 문승호 의원 등이 스웨덴 스톡홀름 프리슈셋 학교에서 카페테리아 방식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윤태길, 김일중, 문승호 의원 등이 스웨덴 스톡홀름 프리슈셋 학교에서 카페테리아 방식 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교행위는 프리슈셋에 이어 학교 도서관과 식당 등의 시설 환경이 우수한 발링스네스 초등학교(Balingsnass kolan)로 이동, 현장에서 관찰과 토론을 벌였다.

현재 경기교육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학교를 활용하는 방안, 급식실 카페테리아 전환 등 정책적 흐름을 띄고 있어 이번 벤치마킹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미리 도의회 교행위원장은 “우선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 아니라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성장하게 하는 교육의 가치를 실현한 사례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경기도가 늦지 않게, 정책을 잘 가다듬을 수 있게 교행위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스톡홀름=글∙사진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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