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석의 지구촌./인천일보DB

1978년 9월 워싱턴의 켐프데이비드에서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 간에 조인된 평화협정은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진지한 설득과 협상을 통해서 타결된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14일간의 비밀협상 끝에 아랍이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을 점령지에서 철수시킴으로써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1967년 6일 전쟁을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로 지켜보며 기사를 썼고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을 현지에서 종군기자로 취재했던 필자는 중동 평화를 위한 카터 대통령의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 ▶파리 특파원으로 일하던 필자는 캠프데이비드 협상이 타결되자 본사에서 평화협정 후 이집트 현지의 반응과 분위기를 취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지 않아도 1973년 전쟁 때에는 이스라엘에서 종군 취재했던 차에 이집트 현장 취재는 각별한 기회로 느껴졌다. 10여일간의 이집트 취재를 통해서 이슬람 제국의 대부로 자처하는 이집트가 30여년간 겪었던 군사적 경제적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일강 중부의 옛 도시 룩소르의 관광안내인은 앞으로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라는 기대에 차있었고 아스완댐을 지키는 현역 장성은 이집트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오슬로 합의에 따라서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대표와 라빈 이스라엘 수상 간의 평화협정을 타결하는 데 앞장섰다. 클린턴의 주도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이스라엘은 PLO를 팔레스타인 대표자이자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게 되었다. 1998년에는 성(聖) 금요일 협정이 미국의 미첼 상원의원의 주도로 타결되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북아일랜드의 폭력사태가 종식되었다. ▶세계 도처의 무력 충돌과 유혈사태가 미국의 주도로 종식되면서 '평화의 길은 워싱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현실화되었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한반도에서의 평화구축과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김정은과 싱가포르와 하노이 그리고 판문점에서 세 차례의 만남을 가졌지만 평화협정을 실현하지 못했다. ▶세계 평화 수호국으로 미국의 위상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패권경쟁으로 변모하면서 퇴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이란 국가안보위원장 샴키니와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아이반은 나흘간 회담 끝에 국교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대화를 마련하고 지원해준 중국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은 “중국은 세계 분쟁 문제를 처리하는데 건설적 역할을 했고 시 주석은 이를 지지했다”면서 중국이 대국의 품격을 보여주었다고 자평했다. 미국과 중국의 국교수립 50년 만에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주연이 교체되는 것 같다.

▲ 신용석 언론인.<br>
▲ 신용석 언론인.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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