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검색이 아닌 '질문'으로…챗GPT 만든 변화
▲ 오픈 AI에서 개발한 챗(Chat)GPT 접속 화면. /사진=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1위 검색엔진인 구글엔 '코드 레드' 띄웠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이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에게 '실업' 걱정을 안겼다고 합니다. "1980년 이후 최고의 혁신 기술"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고요. 바로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회사 오픈 AI의 챗(Chat)GPT입니다.

오픈 AI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불과 4개월 전 전 세계를 휩쓴 한 챗GPT-3.5에 이어 적합도-정확도 개선, 영상에 대한 답변 능력, 전문성 강화 등 성능을 크게 개선한 새 버전 챗GPT-4를 발표했습니다.

이제 일반 대학 시험이나 과제 A+, 고득점 같은 수준이 아닌 미국 변호사 같은 전문직 시험을 상위 10%의 성적으로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챗GPT는 글쓰기와 대화에 특화된 생성 인공지능(AI)으로, 쉽게 말해 물어보는 것에 무엇이든 답을 해주는(만들어 내주는) 기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챗GPT를 경험해본 사람의 반응은 둘로 나뉩니다. 놀라거나 놀리거나.

대화형 AI로서 무엇보다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의 초점을 맞춘 개발자들의 노력이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에서 전문적으로 크게 진일보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이 선풍적인 열기를 보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챗GPT는 환각(hallucination), 실제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조합해 말하는 기술적인 오류를 범하기에 아직 그의 모든 답을 신뢰하기엔 이릅니다.

▲ 인천일보의 실제 창간일은 1988년 7월 15일이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아직 인류는 안전한 것 같다"는 일부 이용자들의 안도감이 나오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싶고요.

그럼에도 챗GPT가 검색의 판을 바꾸고 큐레이션 시대의 종말을 불러올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현재 우리는 검색엔진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으려면 '키워드', 그 내용을 대표하는 핵심 단어를 입력해야 하죠. 그리고 검색엔진과 포털 사이트는 수많은 자료 속에서 키워드와 관련 있는 순으로, 알고리즘에 따라 큐레이션, 즉 선별하고 배치해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마케팅, 즉 광고나 원치 않은 이야기가 섞여 있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많은' 검색 결과물들을 마주해야만 합니다. 이는 곧 검색엔진과 포털 사이트의 광고 수익으로 이어져왔고요.

반면, 하나의 질문을 하면 하나의 답만 나오는 챗GPT는 빠르고 깔끔합니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챗GPT만 입력하면 곧바로 접속 창이 나올 정도로 접근하기 좋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검색엔진 사용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 표시된 바에 궁금한 내용을 입력한 뒤 옆에 전송 버튼을 누르거나 키보드에 있는 enter를 누르면 곧바로 챗GPT의 답이 뜬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가려운 곳은 왼쪽 날개뼈 아래인데, 등 전체를 긁는 느낌"이란 평가도 있지만(실은 지금 검색도 별반 다르진 않죠.) "2023년에 인천 그 사건 있잖아…"라고 시작하는 '스무고개식' 검색, 가능합니다.

챗GPT는 앞에서 한 대화의 맥락을 기억하거든요. 즉, 챗GPT와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뜬금없는 광고가 끼어들지 않아 이용자는 보다 쾌적한 화면을 보며 정보 탐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구글에 코드 레드가 뜬 가장 큰 이유인 듯합니다.)

오픈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1년까지 자료 학습에만 멈춰 있는 챗GPT 한계(?)를 넘어서고자 실시간 검색 기능을 가진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적용, 이제 '출처' 달린 답변으로, 좀 더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며 새 판의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이 변화 흐름 속 구글-바드(Bard)는 물론,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하이퍼클로바·서치GPT, 카카오-Askup까지 등판하면서 우리에게 체감되는 AI의 발전은 더는 닭을 잘 튀기거나 커피 잘 뽑는 기계, 바둑 잘 두는 기계를 봤을 때와 같진 않을 것입니다.

인간의 (일부) 일자리를 위협하는 기계 수준이 아니라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언어를 무엇보다 점점 더 '인간처럼' 이해하고 생성하는 기계와의 공존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경험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죠.

단, 아무리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잘못을 고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챗GPT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기계이기에 의도치 않는 윤리적·사회적 문제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죠.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이미 변화의 흐름을 기민하게 읽은 이들이 이에 대비한 하드웨어들을 차곡차곡 준비해뒀듯 이제 사회도 이 '인간스러운' 기계와의 공존을 위한 규제와 정책에 대해 고민할 시점인 것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압도돼 호들갑만 떨다가는 점점 더 논리정연하고 유창해질 인공지능이 우리의 '자비스'가 아니라 '울트론'이 되겠다고 선언할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챗GPT 덕에 편하기만 할까요? 착각입니다.

본질적인 답은 막연히 ‘○○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고 묻는 사람이 아닌 '현재 이 부분은 이렇고 저 부분은 이런 상황인데 향후 10년의 전망은 어떨 것 같아?'라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묻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중요해지게 될 것입니다.

'인간스러운' 기계와의 공존, 몸이 편해지는 만큼 머리는 바빠져야 할 것 같습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참고자료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2023) 김대식,챗GPT 동아시아

『GPT 제너레이션 : 챗GPT가 바꿀 우리 인류의 미래(챗GPT가 바꿀 우리 인류의 미래』(2023) 이시한, 북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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