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호텔 내년부터 사용 금지
'다회용 용기 비치' 등 대책 마련
호텔 측 “통째로 가져갈까 걱정”
이용객 “위생 우려 인근 가게 구매”
전문가 “호텔 판매도 허용해야”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지난 27일 남자친구와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천 연수구 한 4성급 호텔을 찾은 박모(31·여)씨는 호텔 내 칫솔과 치약 등이 비치돼 있지 않아 인근 마트에서 세면도구를 구매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박씨는 “대형 호텔이라 당연히 숙소 안에 일회용 칫솔과 치약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치돼 있지 않았다”며 “어차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일회용품을 구매하게 될 텐데 이런 정책이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또 다른 5성급 호텔을 방문한 미국인 마샬 릴리(Marshall Lilly·33)씨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샴푸와 바디워시가 다회용 용기에 담겨 있어서 위생이 걱정됐다”며 “한국을 여행하면서 일회용품이 많이 버려지고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호텔보단 배달과 택배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중대형급 호텔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인천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인천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는 숙박업소는 모두 95곳이다.

지난달 27일 객실 50개 이상인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호텔들이 객실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 용기를 비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자 이용객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호텔업계에서도 일회용품 대체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중구 한 5성급 호텔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숙소 내 다회용품을 배치하려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 투숙객들이 내용물을 짜서 가져가거나 통째로 가져갈 수 있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호텔 내 칫솔과 치약이 없을 경우 주변 편의점에서 일회용품을 사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호텔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정부는 보조금 지원과 같은 정책을 통해 호텔 내 대용량 다회용기 보급을 확대하고, 환경부와 호텔업계가 협력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 관련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