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둔 시기에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3개월 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017년 2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할 경우를 대비해 계엄령 문건을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문건은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심각한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 비상계엄을 선포로 서울 시내 한복판에 탱크, 장갑차부터 무장병력과 특전사까지 투입하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군이 배치해 신속한 시위 진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과 검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2018년 7월 합동수사단까지 꾸려 '계엄령 문건' 의혹을 수사했지만, 2017년 12월 조 전 사령관이 이미 미국으로 도주해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조 전 사령관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과 기우진 전 기무사 5처장은 2019년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은폐 목적으로 계엄 검토 문건을 훈련 비밀로 생산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민간 법원에서 2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민구 전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해당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여전히 전면 부인하고 있다.

2017년 9월 전역 후 그해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현지 변호인을 통해 밝히기도 했으나 곧바로 귀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5년여 만에 드디어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했으나 검찰이 관련 의혹을 제대로 규명해낼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큰 상황.

조 전 사령관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 작성을 은폐하려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혐의 또한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듯 입국 직후 서울서부지검 측에 의해 청사로 압송되는 조 전 사령관의 모습엔 여유가 보였다.

체포된 상태로 입국장을 나오면서도 취재진에 웃음을 띠기도 한 그는 자신의 무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수사를 통해 본질이 규명되고, 국민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년 넘게 귀국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묻자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답하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 보고나 지시 여부 질문엔 "수사를 통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2018년 9월 법원에서 발부받은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드디어 집행한 검찰은 그를 상대로 문건 작성 이유와 도주 정황 등을 신문한 뒤 체포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