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 풍성해질 토대 만들 것"

'미추홀문학상 제정' 상금 준비
분과별 문학기행·세미나 등 약속

회원들 마음껏 글쓰기 나서도록
행사 유치 … 출판의 장 만들겠다
문화인터뷰

꿈 많고 감수성 풍부한 꼬마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글솜씨에 대한 칭찬을 받으며 그 꼬마의 진로는 정해졌다.

'글을 쓰겠다. 그 글은 시로 승화될 것이다'.

한국문인협회 인천광역시회(인천문협) 70년 역사의 첫 이정표가 시를 품은 꼬마로부터 세워졌다. 인천문협 첫 여성회장에 오른 것이다. 제39대 인천문협 회장에 선출된 정경해(67·사진) 시인은 27일 미추홀구 인천문협 회의실에서 “200여 회원분들이 마음껏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 여성의 섬세함으로 회원 모두에 신경 쓸 수 있는 회장으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정 회장은 인천문협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투표자 153명 중 찬성 139표라는 지지를 받았다. 70년 인천문협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바라는 회원들의 소망에서였다.

지난 2년, 코로나 19는 인천문협에도 긴 터널이 됐다. 인천 문학의 근간이 되는 각종 문학행사는 줄줄이 취소·축소됐고, 회원 모임 또한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코로나 19가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잠잠해진 이때, 정 회장은 인천문협을 바로 세워야 하는 절대적 갈림길에 서 있다. 인천문협 제2의 부흥기가 정 회장 손에 달렸다.

정 회장은 선거에서 문협 출판물 유지와 '미추홀문학상' 제정, 학산문학 작품 게재 풍성, 북콘서트 등 외부행사 적극 유치, 문학기행 연중 1회 실시, 분과별 문학기행과 세미나 개최 등을 약속했다.

정 회장은 “인천문협 회원 연령대가 높아 이동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만큼 문학기행을 통해 친목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 문학기행은 인천 근교에서 진행할 예정이고, 분과별 문학기행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소설, 수필, 아동문학 분과에서 올해 처음 만들어진 시조분과까지. 분과별로 활성화돼 인천 문학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정 회장의 목표로, 미추홀문학상 제정을 위해 상금도 준비한 상태다.

정 회장은 “회원 중 상당수가 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만큼 삶을 위해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들이 좀 더 글쓰기에 나설 수 있도록 출판의 장을 만들겠다. 회원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수필로 시작했지만, 장성남 시인으로부터 시 쓰기를 배우며 '시'는 그에게 운명이 됐다.

정 회장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시는 요절한 천재 시인 기형도의 신춘문예 당선작 <안개>이다. <안개>의 시어는 인천을 닮았다. 아직은 안개 자욱한 인천문협이지만, 정 회장 임기 2년간 걷힌 안개의 지분을 정 회장과 회원 모두가 고루 가지길 바란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