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해외로부터 온 대면의 일상화 바람

외국인 카드 이용액 제주 이어 인천 3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3년전比 66% ↑
인천시, 중국인 카페리 10만명 탑승 목표
크루즈 관광객, 개항장 거리 등 방문 즐비
공항~서울 교통 편해 '빨대 효과' 부심

지난 20일,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정부가 지난 2021년 11월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단계로 완화한다고 결정한 이후 1년4개월 만에 마스크 없는 바깥 생활이 완성된 것이다. 3~4명 모이려고 해도 눈치를 봤던 시절에서 마스크 해방까지 왔다. 경제계에선 위드 코로나를 언급하며 재택근무 종료, 출장 재개, 회식 부활 등을 예로 들지만 인천 경제계 입장에서 '대면의 일상화' 바람은 바다 건너 해외로부터 감지되고 있다. 모처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공항과 항만 등을 통해 어김없이 인천을 거치고 있고 이로 인해 관련 산업이 정상화를 향해 속도를 높이는 참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지난달 외국인 관광객 소비 8%, 인천에서 이뤄졌다

얼마 전 하나카드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 외국인 관광객 소비패턴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서 올해 2월 기준 시·도별 외국인 관광객(단기 체류)의 카드 이용 금액 비율을 보면 서울이 63%로 과반을 차지하고 제주 9%에 이어 인천이 8%를 기록했다. 인천 내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경기(7%), 부산(4%)보다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에서 인천 지분이 큰 건 인천국제공항 덕으로 풀이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설명을 들어보면 3월 1∼19일 1일 평균 공항 이용객 수는 11만8572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17만9263명)과 비교해 66%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대면의 일상화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 외국인 소비가 코로나19 유행 이전까지 회복된 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대비 시·도별 이용 금액 증감률은 서울에서 감소 폭(-41.5%)이 가장 높았으며 부산(-26.6%), 대구(-24.9%), 인천(-17.7%) 등 순으로 확인됐다.

인천지역 외국인 소비 증가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내 카드 이용 금액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급감했다가 최근에야 이들 소비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요건상 중국과의 밀접도가 높은 인천이라 관련 수혜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인 대상으로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인천 한 업체 대표는 “중국 현지에서 3월 중순부터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재개했다. 국내 여행업계는 관광비자 발급 결정 직전부터 코로나19 전 진행했던 상품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며 “하늘길에 더해 조만간 인천-중국 국제여객과 크루즈 등 바닷길도 정상화되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내 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지난 2016년 3월, 기업회의 및 포상투어를 위해 인천을 방문한 중국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월미도에서 치맥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 지난 2016년 3월, 기업회의 및 포상투어를 위해 인천을 방문한 중국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월미도에서 치맥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3년 멈췄던 한·중 바닷길, 유커 부활 이끈다

지난 2016년 3월28일, 인천 월미도에선 거대한 '치맥파티'가 열렸다. 월미도 광장에 6인용 테이블 750개가 깔렸고 그 위에 치킨과 맥주가 세팅됐다.

이날 치맥파티는 포상여행차 한국을 찾은 화장품·의료기기 유통사 아오란그룹의 임직원 4500여명을 위해 마련됐다.

중국 광저우에서 온 이들은 전지현과 김수현이 출연해 중국에서도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인 인천대를 비롯해 서울 창덕궁과 남산 등을 찾은 뒤 이날 오후 5시부터 속속 치맥파티 현장을 찾았다.

4500여명이 모두 자리를 찾아 앉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5000명에 가까운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인천을 찾는 '대박'이 터진 이후 현재까지 비슷한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월미도 치맥파티 후 바로 다음 해에 중국이 한국정부의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한한령'을 내렸고 얼마 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던 탓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카페리) 운항이 곧 재개되면 인천에서 '제2의 치맥파티'가 열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한·중 국제여객에서 인천항은 핵심지역이지만 2020년 1월부터는 코로나19로 화물운송만 가능했다. 그러다 올 3월 해양수산부에서 여객운송 정상화를 결정하면서 인천시의 대규모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시는 올해 중국 각지에서 인천으로 입항하는 카페리에 중국인 10만명 탑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벌써 중국 단체 관광객이 인천 방문을 저울질한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지난 19일에는 인천항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루즈가 처음으로 기항해 지역 관광산업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인천에 크루즈선이 입항한 것은 2019년 10월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코로나19 회복세로 인한 크루즈 관광 재개 후 국내에서는 속초·부산·제주에 이어 4번째 크루즈 입항이다.

독일 하팍로이드의 4만3000t급 크루즈 유로파(Europa) 2호는 승객 544명과 승무원 370여명을 태우고 지난 11일 홍콩에서 출항해 일본 오키나와·나가사키, 부산을 거쳐 이날 인천으로 들어왔다.

크루즈 관광객들은 배에서 내려 강화도 갯벌, 인천 중구 개항장거리, 차이나타운, 월미도, 신포국제시장을 방문하며 시간을 보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중 국제여객이 재개되면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특히 인천은 2019년 한 해 동안 한-중 여객 운송이 100만명에 이르는 등 관련 시장이 성장세였다”며 “중국 현지에서도 한국 관광상품에 대한 모객이 시작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 지난 19일 인천항에 도착한 독일 하팍로이드의 4만3000t급 크루즈 유로파(Europa) 2호 모습.   /사진=인천항만공사
▲ 지난 19일 인천항에 도착한 독일 하팍로이드의 4만3000t급 크루즈 유로파(Europa) 2호 모습. /사진=인천항만공사

▲서울 '빨대효과'. 인천 경제 주권 찾아야

코로나19 엔데믹(지엽적 유행) 이후 일상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인천공항 이용객 상승과 함께 몸집을 불리는 게 서울행 공항버스와 외국인 관광택시 이용객이다.

서울시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달 공항버스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늘었으며 외국인이 이용하는 관광택시도 이용객이 급증했다.

올해 2월 기준 공항버스 이용객은 약 3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만여명 수준에서 1년 만에 32만명, 약1600%가 상승했다.

지난해 총수송객 경우 123만명을 기록하는 등 공항버스 운영이 거의 중단됐던 2021년에 비해 이용객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과 서울을 잇는 교통수단이 잘 갖춰져서 발생하는 '빨대효과'로 인천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크루즈를 통해 바닷길로 인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인천에 체류하는 시간이 서울과 경기보다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015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성한 '방한 크루즈 관광의 질적 제고 방안'에 따르면 당시 주요 선사들의 인천 기항지 관광상품은 크게 12개인데 이 중 인천 단독 관광은 1개에 불과했다.

인천항 업계 관계자는 “관광 분야에서 서울이 지닌 힘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사나 관광객 입장에서도 서울 방문을 희망한다”면서도 “인천관광공사 등에서 크루즈 맞춤형 인천 관광상품을 계획하는 등 지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여러 준비가 있었다.

선사와 관련 여행사 대상으로 인천 관광상품을 적극 홍보하는 등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서울 선호 현상이 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