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동물 보호·입양 제도
내달 시행…시스템 구축 요원
전문가 “구체적 지침 세워야”
▲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유기견 '여름이'를 돌보고 있다.
▲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유기견 '여름이'를 돌보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27일부터 불가피한 사유로 사육을 포기한 반려동물을 지자체에 인수하는 '사육포기동물인수제'를 시행하지만 현실적인 대비책은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육포기동물인수제는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고자 하는 소유자가 일정 비용을 부담한다고 하면 지자체 유기동물센터가 해당 동물을 인수 후 보호하면서 입양 등 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개정·시행되는 동물보호법에는 '사육포기 동물의 지자체 인수제 신설에 따른 인수 가능 사유 등 규정' 등을 포함하고, 반려동물 소유자가 인수 신청을 할 수 있는 구체적 사유를 규정했다.

규정된 사유에는 ▲6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요양 ▲병역 복무 ▲태풍·수해·지진 등으로 인한 주택 파손·유실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소유자가 정상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경우 등이 명시돼 있다.

제도가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현장에선 제도와 관련한 시스템 구축이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인수받은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지자체 보호센터는 인적 구성이나 시설 등에 대한 정부의 개선 지침이 없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당장 제도가 시행되는데 도입 초기라 경험도 없을뿐더러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도 사정이 열악한데 제도 관련한 구체적인 방침은 없어 시행착오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선 도입 초기부터 세부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활동가는 “정부가 제도만 만들어 놓기보다는 지침 등의 대비책을 별도로 고민해 사육을 포기하는 동물들을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면밀하게 준비를 하고 제도를 시행해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공동대표 박주연 변호사도 “현재 지자체 직영 보호센터도 포화상태여서 안락사 하는 경우가 많은데 추가적으로 동물을 인수한다면 그에 따른 매뉴얼과 대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 기준이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진 게 없는데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조차 없다면 인수제가 시행돼도 유기동물은 늘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유기견을 입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통해 점차 유기동물 수를 줄이는 등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