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 연구원.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

'우리 고장 이천의 대표적인 특산품을 적으세요' 2019년, 이천에 소재한 반도체 기업의 광고는 이천에 있는 초등학교 시험지를 채점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반도체?' 복숭아, 쌀, 도자기에 동그라미를 치던 선생님은 반도체라는 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빨간 사선을 긋는다. 울상이 된 아이가 집에 가 아빠에게 묻는다. 세계적인 반도체를 만드는 아빠의 회사는 이천. 아이의 실망감에 아버지는 이천시청에 전화를 건다. “혹시 반도체가 특산품이 될 수 있나요?” 당황한 공무원의 반응이 이어진 후 끝내 아버지의 다양한 홍보활동 끝에 이천과 반도체가 연관검색어가 되며 광고가 마무리된다.

이 광고는 2020년 한국광고학회에서 주관한 올해의 광고상 TV 광고 부문을 수상했다. 도자기도 처음에는 공산품이었지만 특산품이 되었다는 데에 착안해 반도체가 지역 특산품이라는 재미있는 발상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안에는 지역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천에서 일하는 아빠, 그리고 아빠를 따라 이천의 시민이 된 아이. 학교에서는 지역을, 집에서는 아빠의 회사를 이해한 아이는 자연스레 지역과 기업을 연결했던 것이다.

같은 해 해당 기업은 청주를 무대로 비슷한 광고로 만들었다. 금속활자로 유명한 청주시는 이후 세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미래 도시의 이미지를 얻었다. 기업의 소통 방식이 도시의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실질적 예가 되었다.

직주 근접. 3기 신도시가 발표되며 중요하게 고려된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직장과 주거지 사이 거리였다. 신도시를 만들며 인근에서 일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하는 것. 살기 좋은 도시는 정갈하게 짜인 물리적 도시계획뿐만 아니라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생활의 체계가 되는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막상 기업을 유치하고 나면 지역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소재지'라는 단어에 갇히는 듯하다. 버스 정류장과 거리 이름에 등장하는 기업명은 그저 동네에 있는 회사로만 다가오곤 한다.

또는 지역과 기업은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천과 청주를 무대로 지역과 기업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낸 앞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역과 기업의 접점은 단순히 기업 직원들이 지역에 봉사하고 지역 주민들이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데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역 사람들이 기업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기업이 만드는 제품을 이해하고 지역과 연계지어 생각한다면 둘의 관계는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인천 송도에는 국내 굵직한 바이오 기업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중추에 인천이 자리하는 셈이다. 그러나 특정 산업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이 인천에 거주한다는 사실 이외에 우리가 얼마나 인천과 그 산업 또는 기업을 연관 지어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광고 속 이천의 특산품이 반도체라고 답한 아이처럼 인천의 아이들에게 지금 인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인천 또한 다방면으로 기업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단순히 일자리를 만들고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차원을 넘어, 시민과 기업의 진정한 이웃이 되는 관계적 측면 또한 고려되길 바란다.

/유영이 서울대학교 건축도시이론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