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 풀어헤치고 마주한 신화…"회화란 무엇인가" 질문
4월 23일까지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 4전시실서 선봬
▲ -정영한 개인전 '발견된 신화, The Founding MYTH' 전시장 모습 /사진제공=영은미술관

서양화가 정영한 개인전 '발견된 신화, The Founding MYTH'전(展)이 이달 18일부터 4월 23일까지 경기도 광주시 영은미술관 제4전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작품 모티브는 소셜미디어, 잡지 등 대중매체에서 떠도는 이미지, 그리고 관습으로 자리 잡은 신화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재구성해 활용한다.

전시 중인 45점 작품은 화려한 색채와 말끔한 붓터치로 인해 높은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작품의 지향점은 예술이란 프레임 뒤에 감춰진 허구를 드러내 보이는가 하면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면을 내포하기도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대 흐름에 맞춰 살아가면서 놓치게 되는 중요한 의미를 상기시키고자 의도한다.

가령 'LOST'라는 글자에서도 '찾아주세요'란 정의뿐 아니라 'Love Our Special Time'이란 반어적 의미를 더해 정보와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을 통해 회화의 본질에 집중할 뿐더러 작가 개인의 서사를 담아냄으로써 '나의 신화'를 작품 해석의 창구로 삼는다.

작가의 브릴로 박스 작업은 익히 알려진 팝아트의 전형적 차용기법과는 맥락을 달리한다.

도리어 철학적 상징물로 매듭지어져버린 브릴로 박스의 환상을 벗겨내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

브릴로 박스 안에는 캔버스 몇 점이 숨겨져 있고, 이 작품들은 암시적으로 존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작가는 무엇을 의도하였는지 상상하게 만든다.

브릴로 박스를 보고 있다는 상황을 잠시 잊게 만드는 이같은 상상은 '해석의 절단'을 맞이한 미술사의 이면을 지적하며 작품이 가진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 -정영한,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 162.1×112.1㎝, acrylic on canvas, 2022 /이미지제공=영은미술관
▲ -정영한, '時代의 斷想-Image of myth', 162.1×112.1㎝, acrylic on canvas, 2022 /이미지제공=영은미술관

작가는 "신화가 된 브릴로 박스 위에 특별한 우리의 서사를 쌓아 올리는 구조적인 나의 작업은 나의 꿈, 누군가의 즐거움, 우리 모두의 삶에 감각적 질문을 던지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인 정 작가는 지난해 개인전 '이미지의 신화', 올해 단체전 '올 댓 리얼리즘(All That Realism)'을 갖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월·화요일은 휴관.

/채나연 기자 ny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