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어통용도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인천경제청은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담은 조례를 1월 입법 예고했으나, 최근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해당 조례안을 부결했다. 산업위 위원들은 사업추진에 대한 자체방침도 없는 상태라 추진위 구성이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 영어통용도시 지정 및 시범운영 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계획을 마련하려 했으나, 용역심사위는 재검토 의견을 내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타 시·도 실패 및 주민 반대, 정주 여건 개선 관련 지원 금액이 이미 많은 점 등이 불인정 이유이다.

이처럼 조례안이 부결되고 용역도 무산되었는데도 인천경제청은 독자적으로 영어통용도시 사업추진에 나서 상반기 내로 추진계획을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영어통용도시 선포식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시의회 동의, 시민 공감대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속도전으로, 시쳇말로 막 나가겠다는 것이다.

영어통용도시 사업은 함부로 추진할 일이 절대 아니다. 말만 허울 좋아 영어통용도시이지 이는 영어 공용화, 영어 상용화와 동의어이다. 영어 또는 외국어 공용화 주장은 역사적으로 뿌리 깊다. 한문만이 유일한 언어라며 한글 사용을 막은 조선의 유림,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주장,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이른바 '오뤤지'라는 유행어를 남긴 영어 공용화 추진, 영어마을 사업, 영어 몰입 교육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외국어 공용화는 하나같이 저항에 부딪히고 혈세를 낭비하며 실패로 끝났다.

인천경제청은 영어통용도시가 되면 외국인의 정주 환경이 개선되고 외자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역으로 시민 정주 환경이 악화되고 시민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는 뜻이다. 명토 박자면,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 같은 시도는 우리말과 문화에 대한 자기 비하이자 포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극소수의 외국인을 위해 절대다수 시민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하는 행정 폭력이다. 인천경제청은 자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