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동인천역 인근과 개항장 거리, 월미도는 인천의 애환이 서려 있다.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의 인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문화 공간이다.

특히 현재 개항로인 싸리재와 경동길은 80년대까지 인천의 명동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 발길이 북적였다. 당시 대학 입학시험인 예비고사와 학력고사가 끝나면 인천의 고3 수험생이 동인천 주변과 신포동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들 관심을 끌려고 수많은 노력을 쏟았다. 제법 많은 돈도 들어갔다. 옛 영화를 고스란히 회복하지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기대가 있었다. 개항장 거리와 싸리재 재생에 공을 들였고 차이나타운에 새 옷을 입혔다. 인천 재래시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신포시장 정비에 적잖게 투자했다. 월미도 순환 궤도열차가 지나는 수변을 정비했다.

그러나 '기대'는 아직 미완성이다. 더 많은 노력과 돈이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얼마 전 신포동 청년몰 '눈꽃마을'이 철거됐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신포동의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기획된 눈꽃마을이 4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눈꽃마을은 결국 실패사례를 더하면서 아쉬움만 남겼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유명해진 눈꽃마을은 초반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사람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도시재생은 지속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질 좋은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많은 돈과 공을 들인다고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일자리와 수익 창출은 사람들 관심이 전제된다. 사람이 북적이는 서울 북촌과 서촌, 광장시장이 여실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무기력한 도시에 숨을 불어넣고 활력을 되찾게 해준다. 사람들이 찾게 하는 것이 재생의 기본이다. 재생 기획자와 관계자가 만족한다고 해도 찾는 사람이 없다면 재생이 의미가 있을까.

공을 들인 개항장 거리나 신포시장, 싸리재 길에 발길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인천시민을 넘어 외지인을 부르는 발칙한 상상을 해보려고 한다.

자유공원과 항만, 월미산을 잇는 케이블카는 어떨까. 환경파괴와 문화재 훼손의 반대 논리가 있지만 이를 극복 못 할 정도일까. 자유공원에서 보면 월미도 경관을 가린 높디높은 오피스텔 건물보다야 백번 낫지 않을까.

동인천역에 내려 자유공원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길에 싸리재 골목이 가깝다. 삼치골목도 지난다. 탑승장까지 걸어서 10여분이 걸리지만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10분이 100분, 200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동인천역으로 돌아오는 길, 신포동과 개항장 거리에서 근대 역사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자유공원과 월미산을 잇는 케이블카에 상상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 주변 섬을 연결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 해상 케이블카는 어떨까. 일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인천의 섬 상공에서 바라보는 저녁놀, 여행객 가슴을 그대로 두겠는가.

시선을 돌려 8부두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어떨까. 8부두엔 세계 최장 곡물창고가 있다. 수년 전 도시재생 박람회가 열렸다. 조금만 손 보면 원형을 유지하면서 컨벤션센터로 쓸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8부두를 인천의 새로운 컨벤션센터로 조성하는 것이 어떨까.

세계 최고 인천공항이 가까이 있다. 강화도와 개항장 등 섬 여행과 개항의 역사가 곁에 있다. 해운대와 요트 등을 앞세운 부산 벡스코보다 훨씬 괜찮은 스토리텔링이다. 도시재생의 기본인 일자리와 수익 창출로 지속가능한 모델이다.

인천항과 동인천역이 재생을 앞두고 있다. 도시재생이든 제물포 르네상스든 가릴 필요가 있겠는가. 무엇이 됐든 사람이 찾아야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어서다. 더욱이 인천 인근 서울시와 경기도엔 2000만명이 넘는 잠재고객이 있지 않은가.

생각이 발칙하면 욕을 먹기에 십상이다. 그렇지만 생각이 발칙하다고 허황한 것으로 치부하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자유롭고 기발함이 발칙한 상상 아니겠나.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