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성배 SMA건축사사무소 대표.
▲서문성배 에쓰엠에이(SMA)건축사사무소 대표·공공건축가

인천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2014년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을 실시했고 2018년에는 '더불어마을 사업'을 시행했다. 지금은 인천형 '도시재생 행복마을 가꿈사업'으로 정비구역 해제지역이나 저층주거지 밀집구역을 대상으로 기반시설 및 공동이용시설을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서 궁극적으로 원도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그 목적으로 한다.

지난 사업에서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공용주차장 확보, 주민공동이용시설 설치 위주로 사업을 시행하였고 저층주거지 개선사업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공사례를 꼽으라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노후주택에 대한 집수리사업, 주민공동시설의 확충, 주차장 확보 문제와 더불어 정비기반시설의 보강 등의 방안이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시행하고자 하는 도시재생을 통한 행복마을의 가꿈사업은 이러한 시설의 개선 및 보강 방안만이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 재건축, 재개발 이러한 사업들은 항상 새로운 시설의 확충이나 보강 등이 우선하여 공동체 속에 내재되어 있는 거주민의 정서나 잠재적인 마을의 인문학적인 요소들을 찾아 공간에 이입하려는 노력이 사실 많이 부족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지역적인 가치와 일상에 묻혀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와 테마들 그리고 공간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중의 하나인 골목길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고자 한다. 골목길은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이며 도시의 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의 핵심공간이다. 이 공간은 이웃과의 소통공간이고 로컬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 주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유럽의 거리 특히 골목길이 부러운 점은 14~15세기에 지어진 중세 건축물들이 잘 보존된 거리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삶의 현장 그 자체로서의 테마를 간직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존재하며 사람들과 계속적인 교감을 통한 거리 활성화를 이루고 행복하고 활기찬 마을을 이룬다는 것이다.

거리를 사이에 둔 건물들과의 거리 및 높이 등 굳이 휴먼 스케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웃과의 소통과 접촉이 용이하고 이러한 빈번한 접촉이 경제로 이어져 골목길 활성화는 물론 자생적인 경제공동체 형성에도 일조하고 있다.

골목길은 처음 만들어진 때부터 현재까지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은 공간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가 이런 골목길의 가치를 인지해서 보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골목길을 통한 도시재생 및 거리의 특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성격의 골목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로컬경제 활성화는 물론 골목길의 경제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된다.

골목길에서 해법을 찾고자 하는 게 단순히 옛 기억을 소환해서 추억의 공간을 만들고 보존하자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 '우리동네'가 갖는 다채로운 콘텐츠 및 마을이야기 그리고 공동체가 어우러진 새로운 주거문화 및 거주환경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우리의 보편적인 주거형태와 차별화된 저층주거지는 잠재적인 다양성을 기반으로 미래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유형 및 주거문화의 대안이 되고 행복마을 가꿈이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문성배 에쓰엠에이(SMA)건축사사무소 대표·공공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