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지난해 추산한 바로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 부족한 인력이 해마다 3000명 정도라고 한다. 기존 교육 체계로 감당하지 못한 인력 규모가 그 정도이니, 향후 용인 남사에 시스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등 반도체 생산과 설계,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급증할 경우 인력 부족은 급가속화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판에, 경기도가 올해부터 시작한 '반도체 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 초장부터 벽에 부딪쳤다는 맥 풀리는 소식까지 들린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전문 인력 660명을 오는 2025년까지 양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첫 공모를 지난 2월 진행했으나, 자격을 갖춘 컨소시엄이 단 1곳만 참가 신청을 하는 바람에 유찰되고 말았다. 차세대융합기술원이 주관하는 이 사업에 참가할 수 있는 컨소시엄은 경기도내 반도체 '소부장' 교육역량을 갖춘 대학 2곳 이상, 직업계고 2곳 이상, 기업 2곳 이상이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도내 소재 대학 가운데 반도체 관련 학과를 갖춘 대학은 7곳뿐이고, 직업계고는 5곳에 불과하다. 애초에 복수의 컨소시엄이 형성될 가능성 자체가 낮았던 것이다. 현실도 모르고 참가 자격 규정을 정한 경기도의 책임이 크다.

당장 도내 대학에 관련 학과를 설치토록 하거나 정원을 확대하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고교의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겠으나 이 역시 단기간에 해낼 수는 없다. 경기도가 반도체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설 뜻이 확고하다면, 교육부, 도교육청과 적극 협력하여 반도체 교육을 하는 대학과 고교를 빠르게 늘려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문인력 양성 사업 참가 자격을 완화해서 당장 시급한 기능 인력이라도 교육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리라 본다.

반도체 인력을 반드시 경기도내에서 길러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하고, 경기도 반도체 생태계 벨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도내 인력 양성 체계를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도가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