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보육사 '사명감'으로 버티기 급급

학대·방임 피해 어린이
현행법상 최대 7명 돌봐
3교대제 구축 쉽지 않아
“인원 채용에 1년 반 걸려”
장애아동도 시설로 몰려

“아이 변하는 모습에 힘내”

 

부모의 학대 등으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라 할 수 있는 아동(0∼18세)양육시설.

경기도 내 일부 양육시설(2023년 기준 총 25개소)의 운영 상황은 녹녹치 않다. 시설 특성상 아이들을 24시간 케어해야 하지만 3교대 근무 보육사(생활지도원)을 채용하는 데서부터 애를 먹는다.

특히, 장애인 거주시설이 아님에도 장애아동까지 보살펴야 하는 아동양육시설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이 있기 전부터 뜻있는 설립자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을 돌보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만큼 말못할 애로사항도 많다.

아동양육시설의 운영실태와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아동양육시설에 대한 지원이나 체계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거든요.”

지난 17일 오전 안양시 만안구 소재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만난 관계자는 빈곤가정, 부모의 학대나 방임 등으로 이 곳까지 온 아이들 관련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쉽지 않은 듯 한참을 망설였다.

현재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50여명, 사무직원·보육사·임상심리상담원·조리사·영양사 등 종사자는 30여명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육사(생활지도원) 배치기준은 0~2세는 아동 2명당 1인, 3~6세는 5명당 1인, 7세 이상은 7명당 1인이지만, 법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2년까지는 보육사 1명이 아동 10명(7세 이상)을 돌봐야 했다.

더욱이 교대근무란 개념도 자리잡기 전이었다 보니 보육사들은 그저 아이들 머릿수를 세는 데 급급해야 했다.

실제 수원시 한 아동양육시설은 지난해 12월에서야 3교대 근무체계가 완료됐을 만큼, 보육사 한 명을 채용하는 것도 품이 든다.

자신의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 세상에 부모의 학대나 방임 등 복잡다단한 사연을 가진 아이 예닐곱을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곳 양육시설 관계자는 “3교대 인원도 채용하는데 1년 반이 걸렸다”며 “그간 어떤 집(숙사·생활관)은 3교대, 어떤 집은 2교대로 혼합이 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보호대상 아동이 발생하면 일시보호소를 거쳐 '입양→가정위탁→그룹홈→아동양육시설' 순으로 보호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세계적 추세로 봤을 때, 아동의 권리 신장을 위해선 가장 좋은 환경에서 양육돼야 한다.

이 같은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건 일대일 환경인 입양이나 가정위탁이지만, 조부모·친인척 위탁을 제외한 비혈연 가정위탁이 전체 가정위탁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지 않다.

특히, 지적장애 등을 가진 아동들이 (일반)가정에 위탁되는 건 더 힘들어 결국엔 시설쪽으로 몰리게 된다는 게 양육시설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시설을 유지하는 힘은 운영자와 보육사의 '사명감'과 '보람'이다.

아동 심리치료와 보육사 양육지도, 두 가지를 담당하는 임상심리상담원 김모씨는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주저없이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 그 자체가 감동이고 힘”이라고 답했다.

혼자 구석에 앉아 레고 블록을 맞추던 아이가 어느 순간 “엄마, 사랑해요”라며 보육사를 안아주는 그런 변화들이다.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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