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지주, 땅 가진게 죄>

일부 토지주, D사와 불공정 계약
비밀 유지 특약서에 서명까지

본보 단독 입수한 매매계약서
전문가들 “매도인에 불리한 조항”

매매대금 언제 줄지 기약 없고
세금만 쌓여 …재산권 피해 심각
▲ 인천 북부권 민간도시개발 사업지 중 왕길 1구역(왼쪽)과 검단 3구역(오른쪽) 전경.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계약서에(잔금을 언제까지 주겠다는) 계약 날짜도 없을뿐더러 법적소송도 할 수 없고, 비밀 유지도 해야 한다고 쓰여 있어요. 땅 매각도 내 맘대로 못하는 등 매도자 권리가 없어 그저 답답합니다.”

지난 2021년 A씨는 D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수십 년 전부터 왕길역 인근에 땅 약 3305㎡를 산 뒤 공장 임대를 하고 있다. 검단신도시 등 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의 땅에도 D사가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A씨는 계약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싶지만 계약서에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처음 계약서를 쓸 때 잔금은 3년 안에 준다고 말을 해서 그에 따른 약정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런데 2년이 넘었지만 약정서를 써줄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지주 B씨는 “D사가 검단 이곳, 저곳 들쑤시면서 침을 바르고 다녔다. 관청에서 개발 인허가가 나야 한다는 핑계로 부동산 매매대금을 언제 지급할지 구체적인 답변은 피하고 있다”며 “그냥 나대지만 보유하고 있는 토지주의 경우 세금만 물고 있다. 급전이 필요해도 타인에 넘기지 못해 재산권 피해가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인천 북부권 민간도시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토지주들이 D사와 불공정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땅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체결과 동시에 개인적인 사유 등으로 땅을 매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인천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D사의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매도인에게 부당한 내용의 조항들이 확인됐다.

계약서에 따라 매도인은 사업을 위한 관련 법령에 따른 인·허가 등의 지연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같은 이유로 소송 또는 소송외 방법으로 매매계약 효력을 다투는 일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다른 조항에도 매매계약 약정금이나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으며, 기타 어떠한 사유로도 임의로 본 매매계약을 해체할 수 없다. 하지만 매수인은 매도인이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상당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할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여기에 D사는 사업 특수성에 따라 토지소유주들에게 비밀 유지 특약서 등에 서명토록 했다. 계약서를 공개하는 등 사업 추진이 방해될 경우 매매대금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나열된 조항들을 비롯해 몇몇 조항들이 계약의 대등성 원칙에 위반되는 등 매도인에게 부당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봤던 지주작업 토지매매계약서 가운데 가장 매도인에게 불리한 조항이 많은 계약서”라며 “매매계약을 아예 해지 못 하도록 한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 무효가 될 수 있는 조항들이 보일 정도”라고 밝혔다.

반면 D사는 사업을 원활히 진행해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당 계약서를 썼으며, 몇몇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이 통상적으로 쓰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D사 관계자는 “모든 것은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토지에 따라 땅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어 계약을 할 때 비밀을 원칙으로 했다”며 “(땅 가격이 다른 것을) 토지주에게 이해시키기 어렵다.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하면 이 계약은 다 날아간다. 비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간)명시 부분은 안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인허가 절차상에 과정이 있기 때문에 명시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만약 (사업이) 딱 정해지고 나서 했는데 중간에 허들이 생겼다. 그럼 저희는 이때까지 약속해놨기 때문에 급해지고, 끝내야 한다. 하지만 끝낼 수가 없다. 이런 계약방식은 다른 사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약서가 몇장이 안 되는 사업자들도 있는데, 우리의 경우 많은 편이다. 허술한 게 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이슈팀=이은경·이아진·유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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