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의정부 호원1동 31통장]

호원 1차 우성아파트 경로당 총무
2013년에 맡아 10년간 점심 봉사
“유명 식당 주방장보다 훨씬 낫다”
할머니들 음식 솜씨 한껏 치켜세워
특별 찬 만들면 할아버지들께 배달
▲ 김영희 의정부시 호원1동 31통 통장(가운데 검은색 옷)이 호원1차 우성아파트 경로당에서 식구와 다름없는 어르신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정부=김기준 기자 gjkimk@incheonilbo.com

“김 총무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해∼”

지난 16일 오전 11시30분쯤 의정부시 호원1동 1차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10여 분의 어르신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계셨다.

대부분 80∼90대인 할머니들은 경로당 총무이자 호원1동 31통 통장인 김영희(68) 여사를 '동생'이라 부르며 “음식 솜씨가 유명 식당 주방장보다 훨씬 낫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없으면 안 되니 죽는 날까지 경로당 총무를 맡으라고 생떼(?)를 쓰신다.

김 통장이 경로당에서 점심 봉사를 하는 날은 매주 수요일이지만 이날도 10명 이상 모여 함께 식사할 요량인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일주일에 6일씩 점심상을 차렸지만, 이제 체력 한계도 있고 해 원칙적으로는 수요일만 식사 봉사를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수요일에는 20분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석하신답니다.”

그러나 김 총무가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 회원의 '불평'과 '불편'이 너무 커 평일에도 점심에 삼삼오오 모여 함께 밥을 먹는다.

김 여사가 경로당 총무 일을 시작한 게 2013년 2월이니 10년이나 이런 생활을 한 셈이다.

“어느 날 시어머님이 남편이 사 온 통닭을 너무 맛나게 드시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날도 닭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깜박 잊은 사이에 돌아가셨어요. 어르신들이 찾는 건 무조건 다음날 상에 올리려고 노력하는 이유지요.”

이 경로당 음식과 인심이 좋다는 소문이 얼마나 멀리 퍼졌는지 '밤손님'이 들어와 밥을 먹고 노트북까지 들고 나갔다가 꼬리를 잡혔다는 전설까지 있다.

경로당에선 할머니들만 식사하기 때문에 특별한 반찬을 만든 날에는 단지 내 할아버지 몇 분께 직접 반찬 배달을 한다. 비용은 회원 회비, 독지가 후원금, 정부 보조금 등으로 충당한다.

김 통장은 서울 미아리에 살았는데 화물차를 운전하던 남편이 주차하기 좋은 호원동에 차를 세워 놓다 결국 의정부로 이사 왔다. 호원1동 우성아파트 경로당 분위기가 좋은 것은 생활 환경이 양호한 아파트 단지에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여사는 경로당 총무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 호원1동 31통 통장으로 활동하며 주민 민원 해결에 팔을 걷어붙여 오고 있다. 또 아파트 인근 소각장 감시원, 자원봉사활동 회원 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쁜 몸이다.

틈틈이 사랑의 릴레이에 참여, 성금까지 내는 등 늘 타의 모범을 보여 최근 의정부시로부터 '봉사상'을 탔다.

/의정부=김기준 기자 gjkim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