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양조 역사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발전의 시기가 있었으니 메이지 정부가 1875년 술에대한 일체의 규제를 철폐하고 주조세와 영업세로 이원화하며 세금을 대폭 감경한다. 이 여파로 양조기술이나 자본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양조를 할수가 있게 되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한 해 사이에 무려 3만 개가 넘는 사케구라(술도가)가 생겨났고 술의 춘추전국 시대가 된 것이다. 독일 맥주의 번성 이유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지나친 경쟁을 초래하기에 장시간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또다시 주세법이 강화되면서 양조장의 숫자는 대폭 줄어들게 되지만 이미 다양한 특성과 경쟁력을 구비한 양조장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고 2000년대 들어서 아직 남아있는 1,500개의 양조장은 일본 전역에 자리하며 특유의 명주를 생산하고 전통을 이어나가는 바탕이 되고 있다.
주세법을 강화한 반면에 이미 생겨난 양조장은잘 육성해야겠기에 1904년 국립양조시험소를 설립하고 술빚는 우량효모를 구분하고 개량하여 양조장 모두에게 그 기술과 효모균을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주조 전문용 쌀을 개발하였다. 메이지정부는 막대한 정부 자금을 투입하여 일본의 양조산업 근대화를 위한 투자를 과감히 진행한 것이다.
또한 전국신주감평회를 개최하면서 감평회를 통하여 명주를 선발하고 홍보하여 술의 품질을 향상시켜 술에 대한 산업을 일으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국신주감평회는 1911년부터 시작되었으나 2001년까지는 국립양조시험소에서 주최하다가 이후에는 주류종합연구소에서 주최하고있다. 금상과 은상을 하나만 수여하는게 아니고 매년 수백 개 정도의 사케에 수여된다. 그리고 11개의 국세국 단위 감평회와 현 단위 감평회, 양조장조합이 개최하는 가양주 감평회 등도 개최하고 있다.
일본 사케 양조장은 일본의 온천과 더불어 다양하게 전국에 고루 퍼져있으며, 제각각의 특성을 장점으로 내세워 관광자원화 하고 또한 양조장으로서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이유는 각 지역의 독특한 지하수나 샘물이 그 바탕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양조장으로는 후쿠시마에 있는 다이시치양조장, 야마가타의 데와자쿠라양조장과 고이카와 주조, 정종으로 잘 알려진 나고야의 다루마마사무네, 후지산 기슭 시마네현의 후지주조(임진왜란의 주역 가토 기요마사의 후손이 만든 양조장임), 고오베시 나다고코의 미야미즈양조장, 설국의 무대 니가타의 다마카와 주조와 수 많은 양조장들 등등등...
사실 나는 술과 발효에 대하여 강의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물 분석법 등 기기분석을 가장 먼저 접했었다. 원자흡광분광분석법(AA) 등을 배워서 낙동강수질 분석을 최초로 진행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발효음식에 간여하는 미생물과 미네랄에 관심이 많다. 일본 전역을 찾아다니며 풍부한 화산암반 속에서 분출해 나오는 지하수를 기반으로 빚어지는 사케와 그 문화가 만든 지방의 여행을 주도하고 싶다. 양조장마다 독특하게 빚어지는 술들을 맛보고 그 이유들을 찾고싶은 것이다. 그 꿈은 언젠가 이룰수 있겠지만 말이다.
통상적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 있다면 술을 팔고 마실 수 있는 술집이 있어야 한다. 서양에서는 이를 Bar라고 하며 주로 마시는 것을 위주로 하며 칵테일을 전문으로 다룬다. 또 Pub이 있다. 이곳도 먹고 마시는 곳이다. 다만 술을 마음대로 따라 마시는 술꼭지(Tab)가 있다. 생각해보라 술 마실 때 술수도 꼭지가 바로 코앞에 있다면 어떨까? 술 좋아하는 주당에게는 가장 환상적인 것일게다. 그외 밥도 주고 재워도 주는 Tavern이나 숙박 위주지만 밥도 주었던 Inn(여관), 실비집, 팔뚝집(내외주가), 목로주점 등이 있으며 그래서 일본의 술집에는 이자카야(居酒屋)라는 게 있다.
요리로 가장 유명한 나라 3곳을 꼽아보라. 우선 첫 번 째로 프랑스 요리를 꼽을테고 두 번 째는 중국을 이야기할 것이다. 세 번 째는 의외일테지만 터키(동양과 서양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하기 때문)를 꼽는다. 그리고 네 번 째를 추가하라면 일본을 꼽고 싶다. 혼젠요리(관혼상제와 관련한 의식용)와 불교와 관련한 쇼진요리, 발달한 다도에 근거한 차카이세키 요리, 그리고 연회용 가이세키 요리가 발달하였고 교토를 중심으로한 선어회, 도쿄가 중심이된 활어 요리의 스시와 사시미말이다. 비록 한반도에서 건너갔다고 말하지만 풍부하고 다양한 발효음식들은 외국 문물을 쉽게 받아들이고 자체화 시킨 일본 음식문화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속>
/유진용 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 시민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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