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 문화체육부장

지난해 말 치러진 민선2기(제17대) 인천시체육회장 선거가 민주당 성향의 이규생 현 회장의 재선으로 끝이 나면서 일부 체육인들 사이에 “향후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는 인천시·인천시의회와 관계가 껄끄러워져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결과적으로 이런 우려는 불편한 동거를 만들었다.

이규생 회장과 함께 민선 2기 인천시체육회를 이끌 신임 사무처장으로, 국민의힘 인사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인천시체육회는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와 심사를 거쳐 추천한 한상섭 전 인천시야구협회장을 이사회 동의를 거쳐 22일 신임 사무처장에 임명할 예정이다.

충남 예산 출신인 한 신임 사무처장은 인천 신광초교, 상인천중, 제물포고, 동신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연수구생활체육회 사무국장, 황우여 전 국회의원 비서관, 연수구생활체육회 부회장, 축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그는 민선 6기(2014년 7월 1일~2018년 6월 30일) 유정복 시장 시절 인천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규생 회장의 재선을 직간접적으로 도운 체육계 인사 중 한 사람이 차지할 것으로 여겨졌던 자리지만, 이 회장과 정치적으로 반대쪽 진영의 인사가 앉은 모양새다.

이유가 뭘까. 아주 현실적인 고민거리, 바로 예산 때문이다. 향후 체육회의 예산 확보가 매끄럽게 이뤄지려면 현재 국민의힘이 장악하고 있는 인천시의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사무처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는 쪽으로 타협해야 했다. 민선 체육회장 시대지만, 여전히 예산 독립은 제도적으로 요원한 환경이 이런 선택을 만든 것이다.

앞서 4년 전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리면서 이규생 회장 등 체육인들은 지방체육회의 안정적인 재정 및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에 지난해 초,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체육회에 운영비를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10개월 후 후속조치로 조례 개정이 이뤄지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해 갈 길이 멀다.

체육회 총예산 약 520억원 중 중요한 것은 체육활동에 필요한 실질적 예산인 민간경상사업보조금(2022년 기준 129억)이다. 이 중에서도 전국체육대회 참가비(약 19억)와 체육회운동경기부 운영(약 60억) 등 상대적 고정 사업비를 제외하고, 스포츠클럽 및 생활체육활성화, 국내 및 국제대회 지원 등 순수 체육진흥 사업비(약 50억)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를 포함하고 있는 민간경상사업보조금은 법과 조례에서 규정한 의무 지원 대상 항목이 아니다. 결국 민간경상사업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체육회에 운영비를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한 '국민체육진흥법'과 상관없이 시의회가 삭감하고자 마음먹으면 예산이 '0'원이 될 수도 있는 항목이다.

앞서 실제, 민선6기 초기이자 체육회 통합 이전인 2014년 말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들이 건드릴 수 없는 국민생활체육회 지원금 8800만원만을 제외한 예산 전액을 깎아 사실상 시생활체육회를 식물조직으로 전락시킨 적이 있다.

여기서 보듯 민간경상사업보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여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민주당 성향 회장-국민의힘 성향 사무처장이란 불편한 동거 체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국민의힘 사무처장을 인정한 체육회장과 시·시의회가 서로 존중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아니면 어떤 사안을 두고 갈등이 불거져 '전처럼 예산이 무기로 쓰이면서 대립할지' 아직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보조금 지원비율을 지방세의 0.4%(최소)∼0.5% 이상 범위 내로 설정해 조례에 명시하는 등 민선 체육회장 시대 및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취지에 걸맞은 체육회 재정 독립 및 안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만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