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화·바이오 클러스터 등
공개된 비전, 기존 사업 나열 그쳐

자유도시 조성은 국회 동의 필요
지자체 의지만으로 추진 어려워

프로젝트 중점 과제도 애매모호
탈홍콩 자본유치도 여전히 의문
15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15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천지개벽'을 구호로 내건 뉴홍콩시티 프로젝트의 뚜껑이 열렸지만 정작 상자 안은 텅 빈 모양새다.

유정복 시장은 15일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에서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을 위한 3대 목표·어젠다, 12대 전략과제 등을 시민 앞에 직접 공유했다.

이번 비전 선포에 앞서 유 시장이 이달 초 홍콩 현지를 살피고 기업·기관 등을 만나면서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구체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비전과 과제의 대부분은 시가 기존에 추진해오던 사업에 그쳤다. 글로벌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과제에는 반도체특화단지 유치 등을 바탕으로 한 후공정 산업 육성, 바이오클러스터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항공·MRO 및 미래 모빌리티 등 인천의 미래전략산업 인프라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글로벌 도시 공간 창출을 위한 과제로는 재외동포청 설립을 바탕으로 한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APEC 등 국제행사 유치 등을 설정했다.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어려운 일들이 과제에 다수 포함된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제동 없이 속도를 낼지도 의문이다.

15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 허식 인천시의회의장, 배준영(국민의힘·중구,강화,옹진군) 국회의원, 김정헌 인천중구청장 등 내·외빈들이 비전선포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15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 광장에서 열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 허식 인천시의회의장, 배준영(국민의힘·중구,강화,옹진군) 국회의원, 김정헌 인천중구청장 등 내·외빈들이 비전선포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이날 유 시장은 글로벌 추진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법·제도의 혁신과 인천 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화 남단과 인천 내항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경자구역 확대 추진에는 산업부 등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 해외 글로벌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조세 감면, 규제 완화 등 특례규정을 반영한 자유도시 조성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도 국회·정부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의 공간적 범위가 모호한 데다 중점적으로 먼저 추진되어야 할 선도 과제도 추려지지 않았다.

프로젝트 핵심 구상 중 하나였던 탈홍콩 자본 유치도 아직은 안갯속이다. 시는 제조업과 첨단산업 등 인천의 강점을 바탕으로 제도 혁신 등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겠단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을 바라보고 홍콩에 머무는 기업을 유인해오기는 쉽지 않단 견해를 보인다.

시는 선두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달 착수하게 될 용역 추진을 통해 올해 내로 프로젝트에 구체성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용역비만 15억원에 달하는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을 이달 착수해 구체적 실행방안과 액션플랜 등을 도출할 계획이다. 또 각 기관과의 태스크포스 회의 등을 통해 실행력도 확보한다는 목표다.

박경용 시 글로벌도시기획과장은 “시가 각자의 영역에서 추진하던 것들이 단순히 모이기만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사업들을 각자 추진하는 것과 뉴홍콩시티라는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돼 추진되는 것은 다르다”며 “다양한 사안들을 묶으면서 그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새로운 과제들을 만들어갈 것이며, 프로젝트의 상당한 부분들을 2∼3년 이내에 가시적으로 해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