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가 선감학원 유해 발굴 추진 주체로 경기도를 지정한 데 대해 경기도가 14일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1942~1982년 대규모 아동인권침해가 자행된 선감학원을 관리 운영한 당사자가 경기도이므로, 경기도가 암매장된 유해 발굴에 나서는 게 맞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기도는 진실화해위가 국가의 공식사과를 권고했음에도 정부 부처 어느 곳도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유해발굴은 정부가 주도하고 경기도가 협력하기로 지난해 10월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해 경기도의 주장이 한결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선감학원은 본질적으로 국가 폭력에 의해 수많은 아동이 숨지고, 강제노역·구타·가혹행위·영양실조에 시달린 인권유린의 현장이다. 경기도는 한갓 실행기관에 불과했다. 일제강점기 폭력적인 '부랑아 대책'을 이어받아 수립하고 시행한 주체는 엄연히 정부였다. 어느 모로 보나 정부가 먼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는 게 순리다.

정부가 진실화해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사과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데 반해 경기도는 지난 1월부터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을 시작했다. 위로금과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고, 경기도의료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서비스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감학원 피해자가 경기도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경기도의 재원으로 행·재정적 지원이 어렵다는 법적 제약이 따른다. 정부가 사과와 배상·보상의 주체가 되면 발생하지 않는 문제다.

진실화해위는 경기도가 유해발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지원금 1억5000만원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자신들의 공식 권고를 무시하는 정부를 향해서는 침묵하면서 경기도만 압박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40년간 선감학원 일대에 암매장된 청소년 유해는 무려 800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날려서는 안 된다. 진실화해위는 이제라도 정부가 발굴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