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해지는 우리의 국악(國樂)이 대중화의 길을 걸은 지는 얼마 안 됐다. 국가 고유의 음악인데도, 다른 장르에 밀려 빛을 별로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후 가요와 팝송 등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며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은 한국전통음악과 한민족음악 등 여러 용어로 불리는 국악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계에서 이를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한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서 계승·발전된 국악의 소중함을 일찌감치 알고 대중화에 앞장선 단체가 인천에 있다. 바로 새얼문화재단이다. 재단은 지난 1993년 6월 '국악의 밤'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다. 그 때만 해도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낮아 힘들었다고 한다. '맨 땅에 머리박기' 식으로 시작했던 행사는 해마다 열리며 어느덧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그 대단한 저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국악의 밤'은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을 초청했다. 판소리 명창 박동진·안숙선·조통달, 민요 명창 김영임·김장순·이춘희, 마당놀이극 대가 김성녀, 국악인 오정해, 소리꾼 백현호·남상일·유태평양 등이 무대에 섰다. 아울러 창작 가야금 음악의 창시자 황병기, 대금 연주자 이생강, 원장현류 대금산조 창시자 원장현 등 국악 연주자와 명무 계현순·김매자, 사물놀이 김덕수, 줄타기 이수자 남창동도 화려한 공연을 선사했다. 무대를 빛낸 이들은 그야말로 국내에서 기라성 같은 예술인이다.
30주년을 맞은 '새얼 국악의 밤'이 16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새얼문화재단은 옛 인천시민회관에서 첫 공연을 개최한 뒤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국악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이번 공연은 대표적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주제로 펼쳐진다. 이용탁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의 지휘로 '아,홉 국악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해금 연주자 안수련이 첫 무대에 올라 한돌 작곡 'Because of, 홀로아리랑'을 들려준다. 이어 '중앙가야스트라'가 '시간 여행'을 소재로 가야금 협주곡과 아리랑을 한데 묶어 연주하는 등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처음엔 인천에 국악의 토양이 너무 없어 시민들과 친숙할 기회가 없었는데, 30년이 흘러 어느덧 인천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시민 삶 속에 흐르는 샘이 깊은 물이 됐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밝힌 감회다. 그의 '뚝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1975년 설립된 이래 새얼문화재단은 국내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다양한 문화예술·출판·장학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아무쪼록 초심을 잃지 말고 향후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하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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