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는 눈

"학생봉사활동"에 대해

 오늘 아침에는 학교에서 봉사활동 나온 중학교 1학년 미영이 때문에 속이 무척 상했다.

 해바라기방(장애어린이 주간보호실)에 배치되어 봉사활동중인 미영이가 아이는 버려둔 채 친구의 손만 붙잡고 내내 뾰로통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돌보는 아이들과 잘 지내곤 했는데 오늘의 모습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봉사시간을 마칠 때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미영이가 이제는 자신의 기분보다 책임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며.

 다행히 미영이는 얘기를 하는 동안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미안해하며 쑥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렇게 조금씩 커가는 친구들을 보면 「봉사활동」이라는 기회가 학생들에게 사회에 대한 경험과 세상보는 눈을 키우며 평소에 관심을 갖지않았던 이웃에 대해 이해하며 책임감을 배우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학생봉사활동이 의무화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활동할 곳을 찾아다니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왜 이런 형식적인 제도를 갑작스럽게 시작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럼에도 자의건 타의에 의해서건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귀중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게 된 점을 매우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더 보람있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또한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복지관에서 일하다보면 간혹 어른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줄 수 없느냐는 부당한 요구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순수한 학생들에게 벌써부터 타협적이고 안이한 사고를 가르쳐 줄 수는 없기에, 또한 봉사의 자세를 학생들에게 직접 깨닫게 하기위해 그때마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한다.

 복지관에 들어선 학생들은 처음에는 장애인에 대한 선입관으로 쭈뼛거리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어느새 학생들은 대부분 활기차고 밝은 모습으로 봉사활동을 마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의 기대를 다 안다는 듯이 활동을 마치고 간 친구들의 소감문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장애인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휠체어를 타고가면 나도 타고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많은 어려움 속에 서로 웃음을 잃지 않는 언니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하루빨리 장애인도 거리를 함께 다닐 수있도록 시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