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이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은 바쁜 현대사회에선 더욱 와 닿는 말이다. 한편으론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는 복지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자 공적 보육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되기도 한다.

늘봄학교는 이런 단편적인 발상에서 출발한 제도다. 그러나 학교에서 아침저녁으로 돌봄 걱정을 덜어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뤄준다는 이상적인 그림에도 불구하고, 늘봄학교는 시작부터 학부모는 물론 학교 현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학부모들은 부모가 직접 돌봄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닌 아이들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로 내모는 방식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온종일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하고 안정감 있는 삶을 누린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종일 맡아줄 게 아니라 근무시간을 단축해 부모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육아지원제도가 거꾸로 간다”고 꼬집었다.

돌봄을 맡을 학교 현장에선 업무 책임을 두고 갈등이 격화됐다. 특히 도교육청이 현장 의견 수렴도 없이 개학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시범운영을 발표하며 혼란은 가중됐다. 지자체와 협력 체계로 각종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각급 학교에 다급히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채용'을 지시한 건 현장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행정의 단편을 낱낱이 보여줬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성공적인 복지 정책은 서비스를 실천할 학교 현장은 물론 각급 지역교육청과 시도교육청의 여건과 학부모, 아이들의 요구까지 종합적인 의견수렴과 소통에 기반을 둬야 한다. 도교육청은 배려 없이 시작돼버린 늘봄 첫 학기에 보다 섬세하고 따뜻한 지원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지혜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