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전투(12) 화영은 감출 일도 아니다 싶어 두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 젖먹이 순석이는 푸른 똥을 싸 제끼며 먹은 것을 토해내고, 유치원 낮은반에 다니는 순미는 콧물을 잴잴 흘리며 징징거려대니까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그러자 정복남 조리원이 앞치마를 벗으며 물었다. 『순미, 그 애가 올해 몇 살이네?』

 『네 살.』

 『기렇구나. 우리가 국거리 작업반에 있다가 부식물 작업반으로 넘어오면서 낳았으니까 꼭 4년 6개월 되었네……이제 잔병치레도 끝날 때가 되었는데 와 기럴까?』

 『길쎄 말이야. 부양가족으로 넘겨놓고 나 집에서 좀 쉴까. 아이나 키우면서?』

 『기러면 사업총화는 누가 하네?』

 정복남 조리원이 너 왜 헛소리 하느냐며 눈을 흘겼다. 화영은 시름에 젖어 있다 그만 웃고 말았다. 올해 서른 다섯 살인 정복남 조리원은 만주에서 태어나 중국인 밑에서 머슴살이를 하다 조국으로 영구 귀국한 귀환동포의 자녀라 조선어를 쓸 줄 몰랐다. 중국인 가정에서 부엌일을 해주면서 호구를 이어온 몸이라 조선어를 배울 기회도 없었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다고 그녀는 말했던 것이다.

 『반장 동무가 하면 되잖아……?』

 화영은 그렇게 말을 하고 보니 자신이 억지 소리를 했다 싶었다. 부식물 작업반은 반장 1명, 조리원 2명 보조원 5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하루 500㎏의 김치를 생산해 내어야만 되었다. 그런데 반장은 협동농장이나 장마당으로 남새(채소)와 양념을 수매하러 다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2∼3일은 밖에 나가 있었다.

 또 2∼3일은 부식물작업반에서 생산된 배추김치ㆍ무김치ㆍ 남새김치를 인근 국영식당이나 공장ㆍ기업소 식당에 공급해 주어야 되기 때문에 주말이 다가와도 차분하게 앉아 사업총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부반장격인 정복남 조리원이나 화영이가 그 일을 대신해 주어야 하는데 정복남 조리원은 조선어가 까막눈이라 사업총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주로 몸으로 때우는 일은 맡아 했고, 화영이는 서기역을 맡으면서 정복남 조리원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반장을 대신해 맡으면서 보조원들을 지도해 왔다. 두 사람은 그렇게 10년을 함께 생활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이 깊었다. 정복남 조리원이 말같잖은 소리 그만 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나한테 데리고 오라. 내가 보살펴 줄 테니까니.』

 화영은 정복남 조리원을 바라보며 『정말이네?』 하고 묻듯 웃었다. 집안 일로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해도 늘 울타리가 되어준 정복남 조리원이 이제는 아이까지 거두어 주겠다고 하니까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화영은 정복남 조리원이 아직도 독신이라는 걸 의식하며 우스갯 소리를 했다.

 『처네(처녀)가 남의 집 아이 거두어주다 낳아온 자식이라고 오해받으면 어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