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손에 쥔 사모펀드…공공성 쥐락펴락 우려

인천시 재정 지원 규모 해마다 급증
2022년 무려 2648억 달해
공적자금 투입… 투자처로 전락

차파트너스, 잇따라 지분 인수
선진교통 등 9곳 펀드로 넘어가
저위험 구조로 장기 투자 가능
수익률 제고 우선…독과점 논란

인천시는 시내버스 사업의 안정성과 주민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2009년부터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시가 시내버스 노선 및 운행계통에 대한 조정·관리 권한을 바탕으로 시내버스 운행과 노무·차량관리를 담당하는 시내버스운송사업자의 운송 적자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시민들의 발로 사실상 공공재인 시내버스의 안정적인 운영과 편의증진 등을 위해 추진됐다.

준공영제 시행 이전, 승객 요금으로만 운영된 시내버스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사업성이 높은 이른바 '황금노선' 위주로 버스가 운행되면서 촘촘히 퍼져 있어야 할 시내버스 노선은 중복되기 일쑤였다. 노선 사유화와 대중교통 사각지대 발생, 운수종사자의 열악한 근무여건, 경영악화 시 임금체불 고착화에 따른 노·사 갈등까지 빚어졌다.

준공영제는 이런 문제점들을 점차 풀어나가는데 효과를 나타냈다.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는 높아지고, 교통사고는 감소했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지원금은 어느새 3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준공영제 시 재정지원규모는 해마다 급증 추세다. 2018년 1079억원에서 2022년 2648억원으로 무려 1569억원 늘었다.

특히 표준운송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전기사 인건비가 최근 4년간 25% 이상 인상되면서 시 준공영제 재정지원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시 재정지원이 늘면서 사모펀드의 시내버스 진출 역시 활발해졌다는 지적이다. 공적 자금 투입되는 시내버스 사업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사모펀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가 잇따라 인천시 시내버스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고 있는 명진교통, 송도버스, 강화선진버스, 삼환교통, 인천스마트, 성산여객, 세운교통 등 7곳이 사모펀드로 넘어간 데 이어 올해 인천선진교통, 인천제물포교통 등 2곳이 추가로 인수됐다. 표준운송원가에 적정이윤을 보장해 저위험·저수익 구조로 장기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인천 시내버스 전경./인천일보 DB
▲ 인천 시내버스 전경./인천일보 DB

▲사모펀드 놓고 우려 팽배

사모펀드 버스업계 진출을 놓고 기대도 존재한다.

업계는 대체로 대를 물려가며 경영권이 승계되는 버스업체의 경우 가족사업 형식으로 운영되지만, 사모펀드 인수로 전문경영인이 투입되면서 경영 효율화와 선진화를 통한 여객 서비스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또 사모펀드가 인수한 전국 버스회사가 버스를 공동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시설을 보강하는 등 쾌적한 여객 환경을 위해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려는 여전히 크다.

태생적으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자본 논리로 대중교통 사업을 쥐락펴락하게 되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크다. 사모펀드 특성상 운수종사자 처우와 시설 재투자, 이용자 편리성보다는 수익률 제고가 우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해 배당한 사례가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경준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한 버스회사의 경우 2020년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차고지를 매각해 매각 대금 57억원 중 52억원을 펀드에 배당했다.

인천 지역 버스업체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사모펀드로 매입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규모가 커지자 시민과의 신뢰를 생각해 자리를 지켰던 소수업체들의 발언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천 A 버스업체 관계자는 “오랫동안 인천에서 시민들과 함께 커온 사업체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현재 인천 지역 버스업체 일부가 사모펀드에 인수됐는데 꽤 많은 편이다 보니 그들의 발언권에 커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정책 방향이 흔들리고 우리와 같은 소수업체들은 따라야 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긴다. 이런 점들을 인천시에서 꼼꼼히 살펴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향후 차파트너스의 인천 시내버스 지분 확대가 계속될 경우 시내버스 운영의 사실상 독과점으로 시가 주장하는 공공성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민간자본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막기 위해 지난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공공성 강화계획을 수립했다. 자산운용사의 자격 기준마련과 지분취득(변경) 시 사전협의, 자료화 제출 의무화 경영 및 서비스 평가 반영, 과도한 배당 제한 등이 담겼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시장 확대로 인한 독과점 우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해당 계획이 세워졌지만, 올해 버스업체 두 곳이 추가로 사모펀드에 인수된 바 있다.

 


 

버스회사 과도한 사익 추구 제한 … 제어 장치 필요

자본 논리 통한 상품 취급 견제
최소한의 공공성·공영성 유지
시, 대중교통 문제점 살펴봐야

인천 지역 사회에서는 공공성 훼손 방지를 위한 강화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들의 안정적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준공영제에 투입한 버스가 자본 논리를 통해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사모펀드가 준공영화 버스를 소유한다는 것은 더욱 노골적으로 버스장사를 하게 되는 것인데 이에 따른 시장의 견제나 압력이 없다면 버스장사가 횡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지자체는 더는 사모펀드에 버스가 넘어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우선해야 하며, 사후조치를 마련해 버스가 최소한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에서 마련한 '준공영제 공공성 강화계획'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는 버스회사의 과도한 사익 추구를 제한하고자 공공성 강화계획을 구축한 바 있다.

이한구 인천시 시정혁신단 위원은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사모펀드가 단기적으로 수익을 챙겨서 먹튀를 하지 않도록 앞으로 감시를 잘해야 할 것”이라며 “시의 준공영제 공공성 강화계획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을 해봐야 한다. 해당 계획이 세워진 이후에 또다시 두 곳이 사모펀드에 넘어갔는데 만약 제도에 취약점이 있는 것이라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혁신단을 통해 꼼꼼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 전반에 대한 전체적인 진단과 개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버스사업에 사모펀드가 진출했다는 것은 버스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제어하는 장치를 인천시에서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보면 교통에 대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과 같이 어중간하게 준공영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완전공영제로 갈 것인지 등 대중교통 전반에 대해 전체적인 진단을 통해 개편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예산 낭비와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것이 실질적으로 시민의 교통복지에 기여하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슈팀=이은경·이아진·유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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