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간 '人千美述 인천미술: 공간의 공간' 펴내
6년간 연구 통해 인천 전시·예술 공간 책에 담아
인천시립미술관 부재서 시작…수백여곳 풀어내
 

'인천'이란 공간에서 시민 삶과 문화 등이 구체화된 것은 1883년 개항 이후일거다. 이전의 인천은 공간만 있지, 삶을 구체화하기 어렵다. 미추홀과 능허대는 까마득하고, 이규보가 읊조린 계양 풍경은 낯설다. 고려와 조선시대는 인천보다 강화에 더 관심이 컸다.

인천이라고 문화에 대한 갈망이 없었겠나. 피폐한 민중의 삶이 문화까지 관심을 두기 벅찼다.

인천 문화는 지역색이 구체화되기 전 서울이란 수도권에 종속됐고, 그 여파로 밑에서부터의 강한 열망이 정책과 투자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7대 특·광역시 중 3대 도시라는 자부심은 문화 영역에서만 유독 기를 못편다.

드디어 인천 미술사가 정리됐다. 관이 아닌 지역의 한 문화단체가 6년이란 공을 들여 완성했다.

임시공간(space imsi)은 '人千美述인천미술: 공간의 공간'을 펴냈다고 5일 밝혔다.

인천 중구 신포로 개항장 거리에 있는 임시공간은 문화복합공간이란 정체성에 맞게 지난 6년간 진행한 연구조사와 작업 결과로 인천의 전시공간들과 시각예술 공간 관련 글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은 “광역도시 중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에는 여전히 전시 공간과 갤러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며 “임시공간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부족하다는 말 아래 가려진 공간을 찾기 위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느리게 표류하며, 대표적인 예술가나 사건으로 대표되는 인천이 아닌 우리가 선 이 도시를 다양하게 읽고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와 박이슬, 정지영, 정현, 정지은, 김보리, 우사라, 민경이 공동 집필했다.

임시공간의 첫발은 당돌했다.

▲ '인천미술: 공간의 공간' 책 표지.
▲ '인천미술: 공간의 공간' 책 표지.

인천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을 꼬집었는지, 아님 시립미술관의 대안 공간으로 이를 마련했는지 독특한 '人千始 美述觀인천시립미술관'을 개관했다. 유형의 공간은 없지만, 무형의 공간에서 마음껏 인천 미술을 모으고, 연구할 수 있는 고민이 탄생했다.

그때부터 임시공간의 인천미술사 정리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된 듯싶다. 역사 저술은 시간과 공간의 기준 정하기부터 시작된다.

박이슬은 1883년부터 2021년까지 인천에서 멈췄거나 진행형인 여러 성격의 미술 공간 673개를 여섯 시기의 지도로 풀어냈다.

이에 인천 미술은 1883-1944년을 '인천 미술의 여명기'로, 1945∼1959년을 '인천 미술의 형성기'로, 1960∼1979년을 '군사독재 정권과 정체기'로, 1980∼1999년을 '현대미술 담론 등장과 변혁기'로, 2000∼2010년을 '공공 영역의 문화정책 확대'로, 2011∼2021년을 '동시대 미술 다변화'로 정했다.

인천 미술의 여명기에는 낙랑다방, 미락다방, 소성다방, 예기다방, 행복다방, 파로마다방, 월미도 조탕휴게소 등이 인천 미술 공간으로 활약했고, 인천 미술 형성기는 인천시립박물관, 주안장로교회, 월미도 미군서비스클럽, 항구다방 등에서 미술 욕망이 분출됐다.

미술 정체기 때는 인하대와 이당기념관, 인천공보관 등이 명맥을 유지했고, 현대 미술 고민이 짙어지던 때 다양한 화랑과 전시공간이 지역 미술계 갈증을 채웠다. 공공영역의 문화정책 확대와 동시대 미술 다변화부터 지역에 기반을 둔 갤러리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났다.

여기에 정지영은 '인천시립미술관, 그동안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생각'이라는 글에서 뮤지엄파크 설립추진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인천시립미술관에 대해 인천에서 기획하고 연구하는 무연고 기획자 입장에서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공공 미술관의 의미와 지역의 정체성 등을 둘러보는 '느린아카이브연구실'에 이어 2부 '人千美述인천미술'에서 주목할 글은 정현의 '(인천과 인천아트플랫폼) 사이의 사유'이다.

정현은 “인천은 타자의 도시이다”라는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성찰을 비롯해 “인천아트플랫폼의 정체성이 인천이라는 매우 복합적이고 지정학적 위상이 불확실한 미로 안에서 태어났기에 필연적으로 다공적인 성격의 예술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우사라는 '인천, 지역미술시장 활성화라는 공진화를 위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란 제목의 글에서 공공기관 산하 갤러리에서 지역 미술시장을 위한 경험을 강조하며 “독창적이며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지역미술시장의 선사례들이 누적된다면 건강한 지역미술생태계가 형성되지 앞을까 기대해본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책은 임시공간(중구 신포로 23번길 48)과 구글폼(gle/r3AWDdsyx54zfh2v7)" href="https://forms.gle/r3AWDdsyx54zfh2v7)">https://forms.gle/r3AWDdsyx54zfh2v7) 등에서 살 수 있다. 임시공간 발행 (임공총서 001), 110x180cm, 184p, 배송비 3000원(5만원 이상 무료배송)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s

 


 

[문화 인터뷰]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

“다르거나 틀릴 수 있지만, 인천 문화 위한 실천하고파 ”

시기 정하고 공간을 나누고
쉽지 않았지만 근거 마련 의미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

“책 중 다르거나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이렇게라도 지역 문화계의 닫혀진 틈새를 들여다보고 말이 아닌 구체적 실천을 하고 싶었다.”

2027년 개관을 목표로 한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이 아슬아슬하다. 미술관 방향을 구체화했지만, 구체화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미술관 컨셉이 3가지로 마련했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동안 조용하던 인천 작고작가 미술품 구입붐이 불었다. 그런데 시립미술관 정체성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무턱대고 미술품을 구입한다는 소식에 미술계 안팎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임시공간이 낸 '人千美述인천미술: 공간의 공간'은 뜻깊다. 구멍이 뻥 뚫린 인천 미술사를 정리한다는 작업은 어렵다.

지역 미술계와 작품은 그에 맞는 평론은커녕 평가조차 받은 게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인천 미술사를 편다는 것은 시기와 공간 이외에 내용을 다루기 불가능하다. 그 첫걸음으로 임시공간의 인천 미술사는 시기와 그에 맞는 공간을 나누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임시공간 채은영 대표는 “인천 미술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1차 자료가 필요하지만 지역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시간을 정하고, 그것에 맞게 공간을 쪼개 사안을 분류하는 작업이 엄청났다”고 언급했다. 또 “지역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3대 도시 '인천'에 아직 시립미술관이 없는 것과 그에 따라 지역 미술계를 아우를 수 없는 근거가 마땅치 않은 것을 꼬집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