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 않는 아동학대…촘촘한 사회 안전망 필요

2019년 2282건→2021년 2761건
학대 행위자 중 83.7%가 '부모'
재학대 사례도 빈번…악순환 반복

전문기관 부족… 돌봄 체계 절실
지역사회 전체 관심 갖고 살펴야
/그래픽 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그래픽 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올 초 새로운 생명이 움틀 때, 생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져버린 아이가 있다.

2월7일 남동구에서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온몸에 멍든 채 숨진 5학년 아이의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충격을 안겨줬다. 발견 당시 아이 몸에는 타박흔(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상처)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다수 발견됐다. 아이는 또래 평균 몸무게인 45㎏보다 15㎏이 적을 정도로 왜소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학대받은 아동들이 해마다 발견되고 있다.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은 공분하고, 처벌 강화를 외친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그에 따른 재발방지책을 내놓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대받는 아이들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최근 3년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살펴보면 아동학대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발견된 아동학대 사례는 지난 2019년 3만45건에서 2020년 3만905건, 2021년 3만7605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중 인천에서 발견된 아동학대 사례는 2019년 2282건, 2020년 2427건, 2021년 2761건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사람이어야만 하는 부모가 주 학대행위자였다.

2021년 아동학대 3만7605건을 살펴보면 학대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에 의한 발생 건수가 3만1486건(83.7%)으로 가장 높았고, 대리양육자 3609건(9.6%), 친인척 1517건(4.0%) 순이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대부분의 장소는 집이었다. 아동학대 사례 중 가정에서 3만2454건이 발생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와 같이 아동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관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각각 1233건(3.3%), 129건(0.3%), 1152건(3.1%) 등으로 파악됐다. 또한 복지시설의 경우, 아동복지시설이 237건(0.6%), 기타 복지시설이 99건(0.3%)으로 전체 사례 중 0.9%였다. 더 큰 문제는 한 아이가 반복해서 학대를 받는 '재학대 사례'도 끊임없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학대를 당한 아동들 대부분은 원가정으로 돌아가면서 또다시 악순환이 시작된다.

실제로 재학대 사례 건수는 2019년 3431건에서 2020년 3671건, 2021년 5517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시점에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순간 아동학대를 근절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치솟는 아동학대 사례들을 줄여나가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민간에서 아동 훈육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공공에서는 촘촘한 아동 중심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자 조직과 예산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슈팀=이은경·이아진·유희근 기자

 


 

[인터뷰] 윤정혜 인천재능대 교수

“인천형 통합돌봄 모델 구축을”

“'출산'과 '양육'은 '장애', '질병', '빈곤' 등과 함께 '사회보장기본법'이 규정하는 8대 사회적 위험 요소입니다. 인천형 사회복지 정책 총괄을 위한 컨트롤 타워로 '공감복지청'을 신설하는 등 변화된 사회복지 환경 등을 고려한 과감한 혁신 전략과 정책 추진이 필요합니다.”

인천시 시정혁신 자문기구인 '인천시 시정혁신단'에서 복지문화 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정혜(사진) 인천재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선 8기 인천시 사회복지 분야 역점과제로 ▲인천형 아동중심 사각 제로 메가(MEGA) 돌봄 확대 ▲시장 직속 '공감복지청(가칭)' 신설 ▲인천시사회서비스원과 인천여성가족재단 등 사회복지정책 싱크탱크 기관 재구조화 ▲복지전달체계 역량 강화 등을 꼽았다.

그는 최근 잇따른 지역 아동학대 사례로 아동 안전망 확보 중요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인천만의 특화된 아동 중심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당장 새로운 사업이나 전략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관련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내실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지역사회 아동 및 노인 등 돌봄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사업이나 예산, 정책 분야에서 중복과 비효율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효율적 복지 전달 체계를 위한 혁신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인천시 사회복지 예산은 4조4649억원으로 전체 예산(13조1442억원)의 약 34% 정도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보면 2014년 29.9%, 2018년 36.4%, 2022년 40.4% 등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윤 교수는 현재 복지국과 여성가족국으로 분절된 사회복지 및 돌봄 분야를 시장 직속 '공감복지청'을 신설해 총괄·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조직(인력)과 예산 확대 없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선 안 된다”며 “우수 지자체의 아동 돌봄 및 학대 예방 사업 등을 시와 다른 군·구로 확산시켜나가는 프로세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아동 돌봄 문제는 관련 전문기관이나 신고 의무자만의 일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 지켜보고 있다(We all see children·WASC)' 운동 등을 통해 아동 돌봄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며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자에게 마냥 사명감만 강조할 게 아니라 충분한 인력 지원과 처우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장정애 청운대 교수

“아동 존중하는 인식 우선돼야”

“직장 내 갑질,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부모 교육도 함께 진행되면 아동학대 인식개선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관련 정책들이 잇따라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들로만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학대를 받은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아동을 소유물로 생각하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장정애(사진) 청운대 보건복지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아동을 존중하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애 인식개선 공익광고처럼 아동존중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아주 먼 과거부터 한국 사회에서 정착해 있습니다. 훈육을 위해 들었던 회초리는 알고 보면 학대가 될 수 있는 거죠.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서는 아동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인식이 바뀌는 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광고 노출로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해야 해요.”

훈육과 학대는 한 끗 차이다. 훈육의 한계를 넘어가면 학대가 된다. 이 경계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양육에 대한 부모의 교육이 절실하다.

“직장 내 갑질,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직장에서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올바른 양육에 대해 교육도 해야 합니다. 아동발달과 아동 의사소통 등과 관련된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생애주기별 교육도 추가돼야 해요. 예를 들어 임신바우처에 부모 교육 항목을 넣어 0∼3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교육하고, 3∼6세 아이들은 어린이집 등과 같은 시설의 전문가들이 교육하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인프라 정비도 필요하다. 새로운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기존 시설 역시 강화돼야 한다.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검토 대상이다. “올해부터 늘봄학교가 운영되는데 기존의 다함께돌봄센터 등과 같은 시설들에는 아동들이 다 차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이 시설들을 강화한 뒤 부족함이 있다면 그 이후에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울러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필요해요. 아직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장 교수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부모뿐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양육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는 국가의 미래입니다. 그렇기에 아이의 양육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곧 국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슈팀=이은경·이아진·유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