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모 언론사 신년 인터뷰로 촉발된 '선거제도 개편' 이슈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정당 간 셈법이 달라, 정작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 방향으로 개편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국회 사무처가 수행한 '정치개혁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2.4%가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를 보면 ▲국민의 다양성을 잘 반영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29.9%) ▲정쟁보다 정책경쟁이 이루어지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23.4%) ▲정치 양극화와 대결의 정치를 해소하기 위해(21.7%)였다. 작금의 '기득권 양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 정치학자는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을 “내전적 갈등 상황이라 할 정도로 민주공화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로 충격적이지만 공감한다. 총만 안 들었지, 기득권 거대 양당이 극단적 진영 논리를 앞세워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은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을 중심으로 '사당화'될 수밖에 없고, 조직 내 민주주의는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기득권 양당이 벌이는 숱한 '정권' 쟁탈전에 동원된 계층, 세대, 지역은 소중한 자신의 권리를 망각한 채 희생만을 강요당해왔다. 이 전쟁에서 완충과 협치 역할을 해야 할 제3의 정당은 애당초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인천지역도 돌아보자. 지난 30여년간 서구 주민들에게 환경피해를 안겨준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는 여전히 지역 정치권의 선거용 도구일 뿐이다. 정치적 선언은 난무하지만 결국 중앙당의 정략적인 판단에 끌어 다녔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 제정 논란이 한창일 때도 인천 정치권은, 인천국제공항을 국가 중추공항으로 하는 'One-Port 정책'에 위배된다는 정부와 지역주민의 반발이 엄존한 데도, 중앙당의 '부산시장 보궐선거' 방침을 따라갔다. 급기야 지난해 인천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대통령선거의 연장전'으로 전락시켜, 지방자치와 지방정치가 실종되고 말았다.

이렇듯 기득권 양당정치의 폐해가 크다 보니 시민단체가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인천경실련, 인천YMCA 등은 '바람직한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하고,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대표성·비례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했다. 그동안 정치학계에서는 사표 방지, 지역주의 타파, 다당제 실현을 위해 '비례성'을 강화하고, 지역에 국한된 '대표성'을 유권자 집단의 구성과 유사하게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기득권 양당의 정권 쟁탈전에 동원된 계층, 세대, 지역이 주권자로서 제자리를 찾을 때라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특히 기득권 양당정치를 타파할 대안에 대한 토론이 뜨거웠는데, 기성 중앙정치를 불신하는 지역 민심을 반영한 지역정당이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비록 지방선거에 국한하지만, 중앙집권적 정치행태를 막을 수 있는 작은 희망이라는 것이다. 이에 선거제도 개혁은, 비례성을 강화하는 개편과 더불어 '지역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정당법 개정이 병행 추진돼야 한다. 경실련은 전국 순회 토론회를 이어가면서 기득권 양당정치 타파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