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오늘은 마방진(魔方陣) 이야기다. 마(魔)는 신비롭다는 뜻이고, 방(方)은 사각형을 의미하고, 진(陳)은 줄지어 늘어선다는 말이다. 마방진이란 정사각형에 1부터 차례로 숫자를 적되, 중복하거나 빠뜨리지 않고 가로, 세로, 대각선 숫자들의 합이 모두 같도록 만들어진 숫자 배열이다.
마방진의 기원은 낙서(洛書)에서 유래하였다. 낙서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고대 역사책 <태백속경>에 의하면, “단군왕검께서 희귀한 금거북이를 잡아서 등에다가 낙서를 써서 바다에 띄워 보내며 말하기를, '동쪽으로 가든 서쪽으로 가든 네가 가는 대로 맡기리라. 이것을 얻는 자는 성인이리라' 하였는데 그 후 한 어부가 낙수에서 금거북을 잡아 우(禹)임금에게 바치니 이것이 낙서였다.” 낙서는 하도(河圖)와 함께 우주 수학의 원전으로 <주역>공부에 있어 필수과목이다. 금거북이 등에는 여러 개의 점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가로, 세로, 대각선의 숫자 합이 신기하게도 모두 15로 같다.(그림 참조)
즉 1부터 9까지 숫자를 중복하지 않고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15(9+5+1, 3+5+7, 4+5+6, 2+5+8)로 같으며 가로·세로가 세 칸으로 되어 있어 '3차 마방진'이라고 한다.(그림참조)
미국의 수학자 스웨트(F.Swetz)는 <낙서의 유산>에서 현재 미국 중학교 교과서에 마방진을 Magic Square로 소개하고 있으며 오래전 동서양을 왕래한 아랍인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중동 및 유럽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유럽의 수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9차 마방진까지 발명해냈다.
하도와 낙서가 한민족과 인연이 깊듯이 마방진 역시 그렇다. 왜냐하면 세계 최초로 9차 마방진을 밝힌 사람이 조선의 최석정이라는 수학자였다. 독자들에게 생소한 최석정(崔錫鼎,1646~1715)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9세에 <시경>을 암송했고, 12세에 <주역>을 도해할 정도로 신동이라 불리었으며, 17세에 초시에 장원을 한 이래 좌·우의정을 거쳐 영의정만 10번을 역임하면서 백성들의 어려움과 서얼 차별, 붕당의 폐단을 줄이려 한 정치가였다. 또한 최석정은 <주역>의 상수학을 응용하여 훈민정음을 해석한 음운학자였으며, 당시 청나라에서 들어온 시헌력이란 달력을 조선의 상황에 맞게 고치는 등 천문학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선생은 역(易)철학과 수학을 결합하여 <구수략(九數略)>이라는 수학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에서 세계 최초로 '9차 직교라틴방진', 즉 가로, 세로 9칸씩 81개의 칸에 1부터 81까지 하나씩 들어가는 방진(方陣)을 밝혀냈다. 이는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L.Euler)가 발표한 것보다 67년이나 앞선 거로 학계에서 공식인정을 받았다. 2013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는 선생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한림원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위대한 수학자였다.
/한태일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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